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일본, 필리핀 정상이 3국 정상회담을 열고 남중국해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미얀마 정부군이 반군에 밀려 태국 접경 요충지에서 철수했습니다. 이어서 베트남에서 대형 금융사기를 저지른 부동산 재벌에게 사형이 선고됐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10일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12일에는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담이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그리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이날(11일) 백악관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세 정상이 함께 정상회담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자리에서 세 나라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11일)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기시다 총리와 각각 양자회담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현안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네. 남중국해 내 안보 문제가 핵심 논의 사항이었습니다. 그밖에 세 나라 간 군사협력 강화, 필리핀 기반시설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 필리핀 내 무선통신 개선을 위한 무선네트워크 기술 도입,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노력을 위한 세 나라 간 협력 방안 등도 다뤄졌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내 안보 문제가 핵심 의제인 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긴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중국, 그리고 중국의 이런 주장이 자국 해양주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자주 충돌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들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주둔한 군인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해 가는 필리핀 함정들을 방해하는 등 두 나라 함정 사이에 충돌이 잦아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 대응해 필리핀은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죠?
기자) 네. 필리핀이 자국 내 미군 기지 수를 크게 늘리고, 두 나라 해군과 해양경비대가 남중국해에서의 합동훈련이나 합동순찰 등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세 나라 해양경비대가 2024년에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합동순찰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세 나라 해양경비대는 지난해 6월 남중국해에서 법 집행 훈련을 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미국 외에 일본과 호주와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필리핀 해군이 미국과 호주 해군, 그리고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들과 필리핀 서쪽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하는 등 이들 나라와의 군사협력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비슷한 훈련들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이번 3국 정상회담은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과 일본 간 군사협력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눈길을 끄는 보도가 나왔죠?
기자) 네. 두 나라가 자국 병력을 상대국에 순환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내용을 담은 ‘상호접근협정(RAA)’의 체결이 임박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신문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방위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일본이 필리핀 해군에 해안 정찰레이더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 상원에서 중국에 맞서고 있는 필리핀의 방위력을 확충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도 있네요?
기자) 네, 공화당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이 함께 발의한 법안인데요. 필리핀 방위력 강화를 위해 25억 달러를 필리핀 측에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해거티 의원은 이 법안이 해안 방어, 장거리 화력, 통합 공중방어, 유인 및 무인 비행체, 정보, 정찰, 군사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서 필리핀의 능력을 현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이날(11일) 정상회담에서 세 지도자가 필리핀에 대한 투자 문제도 논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 내 항만, 철도, 청정에너지, 그리고 반도체 공급망 등 영향력이 큰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필리핀에 새로 투자한다는 겁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 문제와 관련해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약 1천억 달러를 필리핀에 투자한다는 합의를 이번 회담에서 목표로 하고 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필리핀을 방문해 미국 기업들이 필리핀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세 나라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중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남중국해 내 중국의 행위에 대한 비판에 반발하며 미국이 긴장을 악화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주도해 역외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소규모 집단을 규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협력이란 이름으로 대결을 부추기며, 질서란 명분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이는 분명 패권주의적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반군 조직들과 싸우고 있는 미얀마 정부군이 태국 접경 지역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반군조직인 카렌민족연합(KNU) 대변인은 ‘AFP’ 통신에 정부군 약 200명이 미야와디에서 태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다리 쪽으로 철수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그는 또 10일 밤 10시경 자신들이 정부군 275 기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현지에 기자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반군 측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AFP’ 통신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정부군이 물러난 미야와디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중요한 곳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네. 미야와디는 태국과의 무역 중심지인데요. 그래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군사정권에 필수적인 지역입니다. 군정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이곳을 통과한 상품의 규모가 11억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로는 미야와디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자 많은 사람이 태국으로 넘어갔다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 정부 관리들은 미얀마에서 매일 4천 명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평상시에는 약 1천 900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태국은 미얀마와 길이가 약 2천 400km에 달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지금 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태국 당국은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밀려드는 피난민들에 대응해 이민 부처 관리들을 더 많이 배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AFP’ 통신은 11일 태국 병사들과 장갑차량들이 국경에서 경계 상태에 있다고 전했는데요. 태국 정부는 피난민을 최대 10만 명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정부군이 반군에 점점 더 밀리고 있는 전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미야와디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AFP’ 통신은 미야와디 철수가 지난 몇 달간 정부군이 당한 최대 패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21년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정부를 무너뜨리고 다시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국을 장악하지 못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반군들이 연합조직을 만들어서 공세를 시작한 이후 많은 지역을 빼앗기는 등 정부군이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들어서도 정부군이 반군들에게 크게 패했죠?
기자) 네. 지난 1월 북부 중국 접경 지역인 라우카이에서 병사 약 2천 명이 항복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군정이 최근에 새로운 징집법을 도입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장기 징집법을 시행해 18세에서 35세 사이 모든 남성, 그리고 18세에서 27세 사이 모든 여성은 의무적으로 2년 동안 군에 복무해야 한다고 지난 2월에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수천 명의 젊은이가 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해 군정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새로운 징집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달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연설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민정 이양에 관해서 언급했죠?
기자) 네. 그는 연설에서 군부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임시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런데 반군들이 민정 이양 계획을 무산시키려 한다며 반군들을 다시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베트남에서 대형금융사기에 연루된 부동산 재벌에게 사형을 내려졌다고요.
기자) 네. 베트남의 부동산 개발업체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 회장이 11일 호찌민 인민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선 사형이 선고됐고, 뇌물 수수와 은행법 위반에 대해 각각 20년씩의 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진행자) 매우 큰 규모의 사기범죄였나 보군요?
기자) 네. 호찌민 인민법원은 이날 란 회장뿐만 아니라 란 씨의 남편과 조카 등 85명에게도 선고를 했습니다. 반 틴 팟의 최고 경영자인 조카는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요. 베트남중앙은행의 전직 관리에게는 52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2012년부터 10년간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125억 달러의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는 규모라고 합니다.
진행자) 피해금액이 천문학적인 규모네요. 혐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란 회장은 대리인들과 함께 사이공상업은행 지분 91.5%를 사실상 소유한 뒤에 2천500건의 허위 대출로 은행 돈을 빼냈다고 합니다. 수천 개의 유령회사를 동원했다고 하고요. 이 때문에 사이공상업은행이 입은 피해는 27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판결문을 통해서 법원이 밝힌 선고 사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법원은 란 회장이 초범이라는 정상 참작 사유가 있지만, 범죄행위가 조직적이고 정교했고, 피해금액을 회수할 수 없는 심각성을 고려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이공상업은행을 특별한 통제 상태로 몰아 공산당과 국가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에서 사형 선고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경제사범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기자) 란 회장은 이 같은 판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범죄혐의를 인정했나요?
기자) 네. 익명을 요구한 란 회장의 가족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최고인민재판소에 상고한다는 겁니다. 베트남 심급체계는 3심제가 아니라 중국처럼 2심제입니다.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최고인민재판소에서 판결이 나면 판결이 확정됩니다.
진행자) 란 회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란 회장은 1956년생으로 67살입니다. 중국계인 어머니를 도와 호찌민 재래시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베트남이 도이머이정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던 시기인 1992년, 반 틴 팟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회사는 고급 주거용 건물, 사무실, 호텔, 쇼핑센터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부동산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후 합병을 통해 베트남 금융업계의 핵심 인물이 됐고요. 현재는 39층짜리 타임스퀘어 사이공, 5성급 윈저플라자호텔, 37층짜리 캐피탈 플레이스빌딩을 소유했고, 체포되기 전까지 5성급 레지던스 호텔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베트남 국내외에선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 베트남의 보 반 트엉 국가주석이 취임 1년 만에 전격 사임했었는데요. 국가주석은 베트남 서열 2위 자리입니다. 란 회장은 2022년 10월에 체포됐고요. 이 두 사건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추진하는 정풍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워낙 대형 사건이다 보니, 이번 사안이 베트남의 부동산시장에도 타격을 줬다고요.
기자) 네. 2022년 란 회장의 체포 사실과 밝혀진 사기 규모는 베트남 전역에 충격을 줬습니다. 베트남 국영 언론에 따르면 란 회장이 체포된 이후 지난해 약 1천300개의 부동산회사가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개발업자들은 구매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호찌민시에서 부동산 임대료는 1/3 떨어졌고, 도심의 많은 건물은 여전히 비어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외국인 투자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부문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경제전망까지 어두워질까 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던 곳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다른 은행에도 이런 일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고요. 지난해 말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부패 청산 작업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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