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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화·전문화되는 탈북민 증언…장애인·군인·북송피해자 영어로 직접 소통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4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함께 6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맹효심 씨가 북한 장애인의 실태에 관해 영어로 증언하고 있다. 사진 = UN WATCH 플리커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4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함께 6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맹효심 씨가 북한 장애인의 실태에 관해 영어로 증언하고 있다. 사진 = UN WATCH 플리커

국제무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군인, 북송 피해자들이 직접 겪은 인권유린을 영어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양화·전문화되는 탈북민 증언…장애인·군인·북송피해자 영어로 직접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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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4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 어머니, 그 어머니를 등에 업은 아버지와 함께 6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맹효심 씨가 북한 장애인의 실태에 관해 영어로 증언합니다.

[녹취: 맹효심 씨] “People with disabilities are not allowed to go to university in Nort Korea. My mom worked so hard to help support our family, she worked at the convenience stores, she sawed and she did everything.”

맹 씨는 장애인은 북한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의 어머니는 장애가 있음에도 가족 부양을 위해 삯바느질 등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민 김규리 씨가 증언했다. 사진 = HanVoice(한보이스) 제공. (자료사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민 김규리 씨가 증언했다. 사진 = HanVoice(한보이스) 제공. (자료사진)

지난 4월 전 세계 20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제네바의 유엔본부에서 공동 개최한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행사에는 강제북송 피해 가족이 직접 영어로 증언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She has lived in China for 25 years and has a family. How could they separate a family? North Korean refugees are not criminals; their only crime was being born in North Korea.”

지난해 중국에서 북송된 탈북 여성 김철옥 씨의 언니인 규리 씨는 “동생이 중국에서 25년 동안 살았고 가족이 있는데 어떻게 가족을 분리시킬 수 있느냐”면서 “탈북민은 범죄자가 아니며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유일한 죄”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이 지난해 10월 24일 영국 의회와 한국 통일연구원이 웨스트민스터 상원에서 공동 개최한 유럽 북한인권포럼 사진을 X에 올렸다. 사진 = Lord (David) Alton / X.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이 지난해 10월 24일 영국 의회와 한국 통일연구원이 웨스트민스터 상원에서 공동 개최한 유럽 북한인권포럼 사진을 X에 올렸다. 사진 = Lord (David) Alton / X.

지난해 10월 영국 의회에서 열린 북한인권포럼에는 북한군 수도 건설 부대에 복무했던 엄영남 씨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군인들의 실태를 영어로 증언했습니다.

탈북여성단체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가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탈북 여성들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정아 대표 제공. (자료사진)
탈북여성단체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가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탈북 여성들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정아 대표 제공. (자료사진)

또한 지난 13일에는 중국에 자녀를 둔 탈북여성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들을 만나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안전하게 자녀를 만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피해 당사자 또는 가족이 분야별로 북한인권 문제를 세분화해 증언하는 추세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인권 문제를 포괄해서 증언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이제는 장애인, 군인, 강제북송, 인신매매, 고문 등 분야별로 나눠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사례가 두드러집니다.

탈북민들은 인권 침해를 겪은 당사자나 가족이 직접 증언하면 1차 경험을 토대로 실상을 훨씬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맹효심 씨는 20일 VOA에 자신의 증언은 북한 관영매체들의 거짓 선전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맹효심 씨] “북한에 노동신문이 있잖아요. 거기에 계속 장애인 위해서 이런저런 것 해주고 막 이런 게 나왔거든요. TV도 넣고. 근데 저희는 북한에 살 당시 그런 혜택을 하나도 못 받았거든요. 보여주기식이죠. 그래서 제가 더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하고 되게 화가 나더라고요.”

맹 씨는 한국에 와서 어머니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는 많은 복지 혜택을 보면서 북한 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맹효심 씨] “수술하는 것도 할인을 많이 받았고요. 휠체어도 받았고요. 장애인에게 별도로 주는 돈도 있어요. 어디 가도 장애인 할인이 엄청 많아요. 장애인 위해 해주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북한 장애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한 정부에 이게 들어가면 그래도 북한 정부가 조금이라도 북한 장애인들에게 뭐라도 해주지 않을까? 변하지 않을까?”

평양에서 7년간 다양한 건설 작업에 동원됐던 북한군 출신 엄영남 씨는 핵과 미사일, 화려한 열병식 뒤에 감춰진 북한 군인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사회에 바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영남 씨] “북한 군인들이 언론에 비치는 이미지는 보통 약간 공격적이고 북한군 하면 핵이나 미사일 그런 부분에 대해서만 조명이 되다 보니 북한 군인들의 인권에 대해서 이슈화가 된 부분이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북한에서 군대를 동원해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이미 광범위하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규모 건설에 군인들을 적극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당은 이번에도 지방경제를 추켜세우는 10년 혁명의 전위에 우리 군대를 내세웠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창전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심지어 마식령스키장 모두 군대가 완공한 것입니다.

엄 씨는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수많은 군인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엄영남 씨] “군인들은 명령에 살고 명령이 죽는다는 게 군인 정신입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죠. 그러다 보니 김정은이가 명령하면 무조건 합니다. 죽으나 사나 합니다. 그런 와중에 군인들이 정말 많이 죽어요. 열악하다 보니까. 안전 장비, 안전모, 안전화, 안전 장갑, 안전벨트 이런 기본적인 것도 제공이 안 된 상태에서 일하다 보니 추락사하고 추락물이 떨어져 맞아서 돌아가시는 분도 정말 많아요.”

엄 씨는 “북한 당국은 건설을 전투로 보기 때문에 고지 점령을 위한 전투에서 병사가 죽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란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의회와 옥스퍼드대 등에서 이러한 실태에 관해 증언했을 때 많은 참석자가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런 실태를 국제사회에 더욱 알리고 북한 군인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 그들을 깨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한 출판사는 곧 엄 씨의 이러한 군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23일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23일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지난해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동생의 구명 운동을 하는 김규리 씨도 “가족이 직접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제가 이렇게 나서면서 친동생에 관한 일이니까 더 북받치는 것도 있고. 직접적으로 가족의 상태를 사람들이 접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하는 편이 많더라고요. 그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많이 물어봐 주시고요.”

김 씨는 또 “중국과 북한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을 경험을 통해 직접 전달할 때 호소력도 커지는 것 같다”면서 기회가 닿는 한 동생과 다른 북송 피해자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최근 영어와 전문성으로 무장한 채 유엔 안보리 등 여러 행사에서 북한인권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는 탈북 청년들과 더불어 국제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다양한 탈북민들의 증언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의견의 다양성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제 언론, 국제 여론, 정책 결정자, 국제기구는 모두 북한 인권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re's a very big impact of this diversity of opinion. The international media, international public opinion, decision-maker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will all realize that North Korean human rights are not simple. There is not simply a violation of one set of human rights; each and every human right is violated in North Korea.”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단순히 한 가지 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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