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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서 제3국 선박 발견…IMO 번호 감춘 채 운항


부르키나파소 선적의 용신(Yongxin)호가 북한 남포 일대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부르키나파소 선적의 용신(Yongxin)호가 북한 남포 일대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해역에서 또다시 제3국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이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대신 언제든 변경 가능한 식별번호만을 발신하는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서 제3국 선박 발견…IMO 번호 감춘 채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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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대 항구인 남포항에서 제3국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 선적의 용신(Yongxin)호는 한반도 시각 4일 오후 3시경 남포항이 자리한 대동강변에서 위치 신호가 확인됐습니다.

용신호는 이보다 앞선 이날 오후 12시경 북한 서해에 나타났으며 약 3시간에 걸쳐 남포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남포항 인근에 도달한 직후 지도상에서 사라졌는데, 이는 용신호가 선박의 위치 신호를 외부로 발신하는 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아프리카 나라 부르키나파소는 바다가 없는 육지 국가입니다. 따라서 이 선박이 부르키나파소의 깃발을 달았다는 것은 선주가 등록국가와 운영국가를 달리하는 ‘편의치적’ 방식으로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용신(Yongxin)호의 이동 경로. 지난달 중국 일대에서 출항해 3일 북한 서해에 도착했다. 자료=MarineTraffic
용신(Yongxin)호의 이동 경로. 지난달 중국 일대에서 출항해 3일 북한 서해에 도착했다. 자료=MarineTraffic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용신호는 지난달 중국 황화강에서 출항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용신호가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 번호 대신 언제든 변경 가능한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만을 외부로 발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박이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되는 시점에 부여되는 IMO 번호는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선박의 소유주나 기국이 변경되더라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MMSI는 선박의 등록 국가가 부여하며 언제든 새 번호로 바꿀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와 유엔 회원국들은 처음에 정해지면 폐선 때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IMO 번호로 북한 선박이나 대북제재 선박을 식별해 왔습니다.

그런데 용신호가 IMO 번호를 감춘 채 MMSI 만을 공개하는 수상한 행적을 보인 것입니다.

현재로선 용신호가 IMO 번호 대신 MMSI만을 이용 중인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 보여온 행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용신호의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선박이 IMO 번호를 감춘다면 해당 선박이 제재 대상인지, 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조회할 길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반대로 IMO를 감춘다면 북한에 기항한 흔적을 지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 남포를 비롯한 북한 해상에선 MMSI 번호만을 외부로 발신하는 선박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4일 새벽 현재도 남포 일대에는 북한 깃발을 단 통용1호와 하이양6호 등이 MMSI만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VOA에 “정상적인 선박으로 국제 항행을 할 땐 두 가지 번호(IMO, MMSI)가 필수이지만, 이미 제재 대상 선박이거나 선박의 신분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IMO는 감추면서 굳이 MMSI를 공개한 데 대해선 “비상시 유일한 연락 수단이기 때문에 가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해역에 제3국 선박이 최근 자주 출현하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 4월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가 북한 근해와 남포 계선 장소 등에서 선박의 위치 정보를 발신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5월 중순엔 중국 화물선과 어선, 바지선 등 5척이 남포 일대에서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선박이 주로 머무는 북한 남포 일대에 이처럼 제3국 선박이 기항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러시아와 근접한 라진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구에서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선박의 입항을 엄격히 통제해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해외 선박의 입항 규제를 해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이 중고 선박을 구매한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선박을 구매하면, 해당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기 전까진 이전 선박의 등록 정보가 외부로 드러나곤 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용신호를 구매한 것이라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에 따라 북한이 다른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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