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또다시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됐습니다. 진행 방향으로 볼 때 러시아 영해를 막 빠져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 유류 선적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포착된 건 한반도 시각으로 10일 오후 8시 24분입니다.
선박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이 시각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지점에서 남쪽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뱃머리가 남쪽을 향한 점으로 볼 때 이 선박은 러시아에서 한반도 동해로 이동하던 중 위치 신호 장치를 켠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마산호는 약 8시간 후인 오전 4시20분 현재, 남쪽으로 약 110km 더 이동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지점에서 북쪽에 위치한 나홋카항까지의 거리(190km)가 서쪽의 북한 청진항까지의 거리(280km)보단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최초 출발지는 북한이 아닌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지난달 23일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 대한해협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한 바 있으며, 지난 6일에는 나홋카항에서 남서쪽 약 72km 떨어진 지점에서 천마산호를 포착했습니다.
이로 인해 천마산호의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의 한 항구 또는 인근 해역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약 나흘 만에 천마산호가 러시아 해역을 막 빠져나오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천마산호 등 선박 27척을 제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천마산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어 단일 조치가 명령된 다른 선박보다 제재 수위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공해상 운항이 금지된 천마산호가 어떤 이유에서 러시아 근해에서 발견됐는지 의문입니다.
현재로선 천마산호가 러시아 항구 혹은 인근 해역에서 유류를 선적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 유조선인 유선호와 운흥호, 백양산1호, 월봉산호 등 4척이 지난 4월 초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정제유를 실어 북한 남포 등으로 수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4척 중에는 천마산호와 같은 시기에 제재된 유선호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러시아 정부가 유엔의 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을 막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해 최근 최소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유류 제품을 선적했다고 보도했는데, 이중 1척인 안산1호도 천마산호와 같은 제재 선박입니다.
북한과 러시아 간 불법 유류 거래는 미국 정부도 주목하는 사안입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및 정제유 이전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I will just say that 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impose sanctions against those working to facilitate arms and refined petroleum transfers between Russia and the DPRK. We are currently working with our partners, including Australia, the European Union, Japan, New Zealand,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Kingdom to announce new coordinated sanctions designations this month.”
그러면서 “새로운 공동 제재를 발표하기 위해 호주, 유럽연합, 일본, 한국, 영국 등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는 두 나라의 거래가 합법적이며,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달 3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 (영어통역)] “I would like to begin by reiterating a few statements from my earlier statement, namely that the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exclusively constructive and lawful in nature. It does not threaten anyone or violate anyone, and it will continue.”
이어 “(북러 협력은)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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