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를 끔찍한 정치폭력이라며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에 대한 한국 내 반응을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김환용 기자.
기자) 네 서울입니다.
진행자) 먼저 한국 정부의 반응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 테러를 당한 데 대해 “끔찍한 정치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민들은 미국민들과 함께한다”고 위로했습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폭력도 강력 규탄한다”며 “관련 사항은 윤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고, 윤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14일 배포한 정부 입장에서 “이번 사건으로 충격받았을 미국민들을 위로하며, 한국민들은 미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정부는 관련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외교부와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치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테러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한국 정치권은 특히 한국에서도 벌어져 온 정치테러들을 떠올리며 자성의 목소리도 냈습니다.
한국에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지난 1월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김모 씨로부터 흉기로 목이 찔리는 습격을 당했고, 이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중학생에게 돌로 머리를 맞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끔찍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증오정치, 정치테러로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앞서 14일 낸 논평에서 “대한민국 국민도 정치테러로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며 “정치테러는 극단정치와 혐오정치의 산물로 이런 극단정치 증오정치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테러의 배경에 대해 한국 내에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증오정치가 정치테러의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서성교 건국대 교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가 특히 선거를 치를 때 통합 보다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 여야 또는 진영 간 대립이 증오의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황태순 평론가] “한국에서도 그런 연속선상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가 있었고 이번에 트럼프 후보자에 대한 저격 이와 같은 것도 그야말로 극단적 진영대결 이것이 이제는 단순한 대립과 대결을 넘어서 저주와 증오 단계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황 평론가는 이런 진영 간 극심한 대립은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완충세력의 힘이 약화되고, 이런 상황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대통령중심제라는 권력구조가 미한 양국에서 차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국민들은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이 최대 동맹국이자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해 온 미국 내 정치 불안의 심각성을 노출시킨 것이라며 매우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김현욱 소장은 이번 사건을 튼튼한 중산층을 만들었던 과거 미국식 풍요가 깨지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징후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기초로 민주주의와 번영을 일궈 온 한국 국민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성교 교수는 한국의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정치가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상황으로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서성교 교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특히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큰데 미국 정치체제가 불안정해지면 미국의 국내 선거가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 질서에 끼치는 영향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크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거든요.”
진행자)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강력한 동맹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던 윤석열 한국 정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임기 때 동맹 보다는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였고, 한국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갈등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11월 미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 외교부를 통해 다양한 접촉 경로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김현욱 소장은 미중 경쟁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보유 등 변화된 국제 안보환경 때문에 트럼프 진영에 과거와 달리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인사들도 섞여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변화를 적극 활용해서 미한동맹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소장] “한국 정부가 미리 트럼프 인사들과 접촉해서 한국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의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필요하다 라는 메시지를 계속 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 대선이 아직 4개월 남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바이든 정부와 가치외교, 동맹 강화로 연대 의식이 높았던 윤석열 정부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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