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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2년 7개월만 외교차관 전략대화…북러 군사 밀착 견제


2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김홍균 한국 외교부 제1차관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만나 제10차 외교차관 전략대화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2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김홍균 한국 외교부 제1차관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만나 제10차 외교차관 전략대화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외교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2년 7개월 만에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같은 날 북한은 벨라루스와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는데요, 진영 외교를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중, 2년 7개월만 외교차관 전략대화…북러 군사 밀착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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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한국 외교부 제1차관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2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2021년 12월 화상 형식으로 열린 지 약 2년 7개월 만에 열린 겁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 소통채널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열린 것으로, 중국에서 먼저 회의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국 서울을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국 서울을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양국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과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 측은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와 경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측은 중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한국은 중국도 북러 군사 밀착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한중이 이번 전략대화를 통해 북러 밀착에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 정부로선 북러 간 군사 밀착에 맞선 외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북중러 간 군사적 밀착을 견제하고 또 균열을 내기 위한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중국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중국과의 전략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닌가 보여져요.”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번 전략대화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엄중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각 당사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한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책임이 당사국 모두에게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재개는 미한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거나 더 큰 분쟁이 일어나는 게 중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고 또 그것이 빌미가 돼서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그런 현상이 생기는 데 대해 중국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도발을 좀 자제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점은 그것도 하나의 건설적 역할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요.”

중국 측은 또 전략대화에서 “중한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 보호무역주의와 ‘디커플링’을 공동으로 반대하고 경제 문제의 정치화와 안보화를 저지해 양국 생산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고 국제 자유무역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타이완 해안 경비대가 중국 선박이 타이완 해협 인근에서 항해 중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선박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11일 타이완 해안 경비대가 중국 선박이 타이완 해협 인근에서 항해 중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선박 모습을 공개했다.

중국 측은 이와 함께 타이완과 남중국해 등 중국 핵심 이익과 관련된 관심사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미국과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태도를 완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중국이 자국 경제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을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미 군사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게 이런 전략대화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북한을 방문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과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습니다.

2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북한을 방문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이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2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북한을 방문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이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은 회담에서 양측이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가일층 강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상호 관심사인 “지역과 국제 정세들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벨라루스가 모두 러시아와 가까운 사이인 만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리젠코프 장관이 24일 윤정호 대외경제상과도 담화를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벨라루스 ‘벨타’ 통신은 리제코프 장관이 윤 대외경제상을 만나 식량안보, 교육, 보건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제한받지 않는 분야의 양자 경제협력 발전 방안에 주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가 과거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만남에서도 북한 노동자의 벨라루스 파견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1994년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는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 국가입니다.

지난 4월에는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무차관이 평양을 방문해 임천일 외무성 부상과 만나 고위급 접촉을 강화하고,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무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상호 지원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4월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무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상호 지원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이런 동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북한 3국의 연대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9월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벨라루스-북한’ 3국의 협력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이번 벨라루스 외교장관의 방북은 처음으로 보인다”며 “향후 동향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지원 아래 북한이 진영외교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벨라루스는 전혀 독립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러시아의 거의 위성국가 수준이니까 그래도 북한 입장에선 이런 진영을 계속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니까 연속선상에서 봐야 하는데 러시아만으로 진영이 구축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과 벨라루스 간 잇단 고위급 접촉은 경제 군사적 실리 측면보다는 북한이 추구하는 이른바 신냉전 외교 차원의 상징성이 크다며, 북한은 향후 중앙아시아의 친러 국가들과도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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