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가 미한 동맹의 핵심적 역할을 재확인하고 북핵 위협과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논의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핵 억지력 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도 향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인 미한 양국의 제5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와 관련해 “미한 양국이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다는 사실은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국의 핵 공약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EDSCG는) 북한이 생각하는 어떤 핵무기 사용도 미국과 한국이 응징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질적∙양적으로 증가하는 핵무기뿐 아니라 북러 협력, 중국의 핵 위협 증가, 김정은의 남북 두 개의 국가 선언과 한국에 대한 적대감 등 이 모든 것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핵 위협에 대해 (동맹 간) 지속적이고 긴밀하며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The EDSCG itself, the fact that our two sides meet to discuss these issues. It is a visible demonstration of the U.S. nuclear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중략) It reinforced that any use of nuclear weapons that they might envision will be met with, will be responded to by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미국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인 샘 탕그레디 교수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EDSCG는 미한 동맹이 굳건하고 미한 양국이 북한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탕그레디 교수] “The EDSCG is useful because it reminds NK that the US-ROK alliance is solid and that both monitor NK activities closely.”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는 동맹과 확장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의 전략 정책 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위한 중요한 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보도자료에서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엄중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 상황 아래 외교와 정보, 군사, 경제 분야에서 대북 억제 노력 관련 진전사항을 점검하고, 확장억제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환경적 요인과 전방위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한미 간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미한 양국의 외교·국방 당국이 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입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에선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차관과 카라 아베크롬비 국방부 정책부차관 대행이 대표로 나서고 한국에선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조창래 국방정책실장이 참석합니다.
“확장억제정책, 대선 전 큰 변화 없을 것”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확장 억제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나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신 이번 EDSCG에서는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합의한 실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모든 주요 결정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또한 북한이 미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이나 재래식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의 동맹과 북핵에 대한 정책은 아직까지 알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선 “현재로선 그럴 필요성이 없다”면서도 “(향후) 동맹들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보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며 “북한은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외교에 관여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됐으므로 동맹들이 이에 대응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 I don't think there is currently any need for US nuclear weapons to be returned but I do think it's an issue that the allies have to discuss and that we have to recognize that the security situation has changed mainly because North Korea continues to advanc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and refuses to engage in any nuclear diplomacy. So that creates a new situation and the allies have to talk about how to respond to that.”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확장억제 채널은 현재로서는 잘 작동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크로닌 석좌] “The extended deterrence channels have worked well for now, and there is unlikely to be any change to policy during the final months of the Biden administration. Deterrence is strong.”
대선을 두 달 앞둔 현 시점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며 억지력은 강력하다는 설명입니다.
크로닌 석좌는 또 “한반도에서는 안정적인 억지력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미 대선과 이달 말 일본의 정권 교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선과 일본의 정권 교체가 미국과 한국, 일본 3국의 안보 협력과 공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이번 EDSCG 회의는 미한 양국이 지난 1년간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의 조항들을 이행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특히 미국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미국의 핵 역량을 포함한 한국 방어에 대한 완전하고 확고한 공약을 다시 한 번 공개적∙비공개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주요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convening of the EDSCG is a timely opportunity for both sides to take stock of the substantive progress made over the past year in implementing the provisions of the Washington Declaration and the NCG, and to look ahead, especially with US presidential elections only two months out. The U.S. will, again, reinforce publicly and privately its full and unwavering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the ROK to include U.S. nuclear capabilities. (중략) However, I don’t see any major new announcements coming out of the EDSCG this time.”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각국의 관점에서 한반도 핵무기 문제의 토대가 되는 워싱턴 선언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y should reaffirm the Washington Declaration as the foundation for nuclear weapons issues on the Korean Peninsula from the perspective of the U.S. and ROK.”
양국은 워싱턴 선언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했고, 미국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양국 간 확장억제 협력을 더욱 강화한 바 있습니다.
“향후 미 전술핵 한국 재배치도 논의에 포함돼야”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점증하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 등에 대응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며, 역내 전략적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미국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 “Ideally, I think US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s to the ROK should evolve, to include the redeployment of low-yield, theater nuclear weapons to the ROK. These should be done to assure South Korea, deter North Korean aggression, and strengthen strategic stability within the region. Further, this week’s EDSCG should begin discussing this very potentiality, even though I think this is unlikely to happen at this week’s discussion.”
피터스 연구원은 “안보 환경이 변했다”면서 “북한은 핵무기의 크기뿐 아니라 구성도 계속해서 확장∙발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투발 수단과 사거리가 늘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까지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The security environment has changed and the reason that it's changed is one is North Korea continues to expand and mature it's nuclear arsenal both in size but also in composition. So it's got more capable delivery means both on ballistic missiles and cruise missiles that are becoming increasingly capable in the longer range while at the same time they continue to mature probably to the point where they can miniaturize their warhead although we have no evidence for this.”
북한과 중국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think it's good that the EDSCG discusses all options and that we have a good understanding of again what is needed to respond and what is not needed to respond and it's not a static situation it's an evolving emerging situation. And while I would not offer an opinion on the redeployment of tactical nuclear weapons to South Korea. I would say myself that it's helpful to have discussion of all these issues.”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상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새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EDSCG가 모든 옵션을 논의하고, 대응에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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