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회에 참석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경제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등 여러 현안에서 두 후보가 이견을 보이며 충돌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언급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맞붙었습니다.
대선을 56일 앞두고 처음으로 열린 이날 TV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와 낙태, 이민, 외교와 안보 등 국내외 다양한 현안을 놓고 격돌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각각 나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첫 토론 주제 ‘경제’에서부터 열띤 공방
이날 두 후보는 첫 토론 주제인 경제 문제에서부터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중산층의 재정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였고,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바이든 행정부가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논리로 반박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중산층으로 자랐고, 이 토론장에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들을 끌어올릴 계획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며 “반면 상대 후보는 억만장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통해 미국의 적자를 5조 달러로 늘리겠다는 이전과 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부통령] “I was raised as a middle-class kid, and I am actually the only person on this stage who has a plan that is about lifting up the middle class and working people of America… My opponent, on the other hand, his plan is to do what he has done before, which is to provide a tax cut for billionaires and big corporations, which will result in $5 trillion to America’s deficit. My opponent has a plan that I call the Trump sales tax, which would be a 20% tax on everyday goods that you rely on to get through the month.”
또한 “내 상대 후보는 미국인이 한 달을 버티기 위해 의존하는 일상용품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가 ‘트럼프 판매세’로 부르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으로 끔찍한 경제를 겪어왔고, 이는 정말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We’ve had a terrible economy because inflation has, which it’s really known as a country buster... We have inflation like very few people have ever seen before, probably the worst in our nation’s history. On top of that, we have millions of people pouring into our country from prisons and jails, from mental institutions and insane asylums, and they’re coming in, and they’re taking jobs that are occupied right now by African Americans and Hispanics and also unions. Unions are going to be affected very soon. And you see what’s happening. You see what’s happening with towns throughout the United States.”
이어 “게다가 교도소와 감옥, 정신질환자 시설, 정신병원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이들은 현재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남미계, 노조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미국 전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두 후보는 이날 각 주제마다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고 차별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에서도 이견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분쟁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내며 부딪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떻게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으며,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바라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고 싶다”면서 “이들은 수백 만명에 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I want the war to stop. I want to save lives that are being uselessly, people being killed by the millions. It's the millions. It's so much worse than the numbers that you're getting, which are fake numbers… We're in for 250 billion or more because they don't ask Europe, which is a much bigger beneficiary to getting this thing done than we are. They're in for $150 billion less because Biden and you don't have the courage to ask Europe like I did with NATO.”
또한 유럽 동맹이 충분한 방위비를 지출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가 훨씬 더 큰 수혜자인 유럽에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2천5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매우 잘 알고 있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이전에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가 이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전쟁을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이번 전쟁에 대한 승리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부통령] “I believe the reason that Donald Trump says that this war would be over within 24 hours is because he would just give it up. And that's not who we are as Americans. Let's understand what happened here. I actually met with Zelensky a few days before Russia invaded… If Donald Trump were President, Putin would be sitting in Kiev right now.”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러시아의 침공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고 이후 50개 나라의 지원을 이끌어 낸 사실을 강조하면서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 앉아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역할에 근본적 인식 차이…북한 김정은도 언급
이처럼 두 후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쟁을 막기 위해 적국에 대해서도 ‘설득’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사회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데 미국이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세운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밀한 관계도 비판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부통령] “It is very well known that Donald Trump is weak and wrong on national security and foreign policy. It is well known that he admires dictators, wants to be a dictator on day one according to himself… It is well known he exchanged love letters with Kim Jong Un. And it is absolutely well known that these dictators and autocrats are rooting for you to be President again because they're so clear they can manipulate you with flattery and favors.”
“도널드 트럼프가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서 약하고 틀렸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고, 그가 독재자를 존경하며 (대통령) 첫째 날부터 스스로 독자재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과 연애 편지를 주고받은 것도 잘 알려져 있다”면서 “이들 독재자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해 당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절대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을 지지하며 했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He said because you need Trump back as president, they were afraid of him. China was afraid. And I don't like to use the word afraid, but I'm just quoting him. China was afraid of him. North Korea was afraid of him. Look at what's going on with North Korea, by the way. He said. Russia was afraid of him.”
“그(오르반 총리)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직에 돌아와야 한다며 ‘중국이 그를 두려워하고, 북한이 그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나저나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한 번 보라”면서 “러시아도 그를 두려워한다고 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그 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도 자신의 재임 시절 탈레반과 맺은 약속을 바이든 행정부가 지키지 않은 게 발단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탈레반 지도부를 초청한 사실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팬데믹 초기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당시 미국은 시 주석이 코로나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한 정보에 있어 투명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치열한 토론…꺼진 마이크에 말하는 상황도 벌어져
이날 두 후보는 여성의 낙태권과 이민 문제 등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가 여성의 권리로서 연방 정부가 지켜야 할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 주가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미국 ‘ABC’ 방송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앵커 2명의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답변을 하고, 각 후보가 상대의 답변에 반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방송사 측은 한 후보 혹은 사회자가 발언을 할 때 상대의 마이크를 껐습니다. 그러나 이날 두 후보 모두 꺼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는 상황을 몇 차례 연출했습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박빙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TV 토론은 오는 11월 투표를 앞두고 선거전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편 다음 달 1일에는 미 ‘CBS’ 방송이 주관하는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대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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