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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다음달 7일 최고인민회의서 개헌 논의…"통일 삭제, 영토 규정 신설할 듯"


2024년 1월 15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열렸다.
2024년 1월 15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열렸다.

북한은 다음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노선으로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해 ‘통일’과 ‘민족’ 개념을 제거한 새 헌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다음달 7일 최고인민회의서 개헌 논의…"통일 삭제, 영토 규정 신설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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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일정을 공식 발표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1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제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10월 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는 결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9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영토 규정을 신설하고 통일을 삭제하라는 개헌 지시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와 영해, 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도 선대 지도자의 통치이데올로기의 핵심인 통일과 민족 개념을 배제한 새 헌법을 만드는 데 고민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조기에 최고인민회의를 열어서 헌법 개정 문제를 심의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고 이렇게 최고인민회의 회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아마 이런 내부적인 논의나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그런 측면인 것 같아요.”

진행자) 그렇다면 새 헌법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고 빠질지 예상이 나오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헌법에 신설하는 영토와 영해, 영공 조항에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며 ‘남쪽 국경선’, 구체적으로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을 언급한 만큼 지명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라거나 동족으로 여기는 개념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문대로 ‘북반부’,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이 헌법에서 모두 지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북한에 편입하는 문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또는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문제 등도 새 헌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지시하면 이행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 수령체제의 특징이긴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통일과 동족 개념을 배제한 새 헌법을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듭니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이런 작업을 해 온 걸로 봐야 할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지난 9개월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인 흔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학습제강 같은 교육활동도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았고 주요 관영매체들도 통일과 민족 개념 폐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특집기사 같은 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 박사는 북한 군의 뿌리인 김일성 빨치산부대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존재했고 한국전쟁은 남조선 동족을 해방시키는 통일전쟁, 조국해방전쟁으로 규정됐다며, 이런 정체성이 체화된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헌법 개정은 그 내용에 따라 정권 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렇게 아무 설명도 없는 긴 시간 또 예정보다 길어진 헌법 개정 이런 걸 봤을 때 중요한 건 헌법 개정 내용도 내용이지만 헌법 개정한 이후에 이걸 어떻게 포장할지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이것도 지금 관전 포인트네요.”

진행자) 김 기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 외에 또 주목할만한 논의 주제가 있는지요?

기자)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건 아니지만 러시아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할지가 관심입니다.

북러가 양국 관계를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 조약의 제22조에는 “이 조약은 비준받아야 하며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북한 헌법상 ‘중요 조약’은 국무위원장 단독으로 비준 또는 폐기할 수 있지만 북한이 지난 2000년 2월 러시아와 ‘친선, 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을 때는 그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 독자 우상화 흐름에 맞춰 김 위원장의 혁명사상이 헌법 서문에 명시될지도 주목됩니다.

김 위원장이 최근 2∼3년 새 자신만의 혁명사상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기존 선대 지도자의 사상에 버금가는 위상을 새 헌법을 통해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2024년 7월 24일 북한과 접경 지역인 한국 파주의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풍선이 보이고 있다.
2024년 7월 24일 북한과 접경 지역인 한국 파주의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풍선이 보이고 있다.

진행자) 다른 소식 알아보죠. 북한이 지난 주말에도 쓰레기 풍선을 한국을 향해 날려보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약 50개의 쓰레기 풍선을, 그리고 15일 오후부터 밤까지 12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띄워진 120여개 가운데 약 40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 떨어졌고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로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로써 지난 5월 28일 첫 오물 풍선을 살포한 이후 모두 20차례 한국에 오물 또는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 빈도가 매우 잦아진 양상인데요, 한국 내에선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과 함께 한국 군이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하고 있는 데 대해 일종의 ‘강 대 강’ 대응 차원에서 쓰레기 풍선을 수시로 내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한국은 ‘8.15 통일독트린’에 제시한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강화 차원에서 대북 심리전을 전략적으로 펴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북한은 지금 원칙을 그렇게 정한 것 같아요. 남쪽에서 올라오면 무조건 보낸다, 전략적인 건 없고, 한국 쪽에서 전략적이라는 거잖아요. 그것은 자유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전방에 있는 군인들과 북한 주민들 심리적 동요를 불러일으켜서 자유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잖아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연이은 풍선 도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한국 내 비난 여론을 확산시키고 대북 강경책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며 한국도 심리전 대응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국 군은 민간단체 풍선 부양, 대북 전단 보내는 것 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 군과 당국이 계속 이런 도발을 한다면 한국 군과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검토하고 또 경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진행자) 김 기자, 비록 북한이 보낸 풍선에 위해물질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자주 살포하게 되면 풍선이 터지고 땅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질 것 같은데요. 한국 측에선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이 나오나요?

기자) 한국에선 북한의 풍선 도발로 아직 인명 피해는 없지만 풍선 살포 횟수가 잦아지면서 재산 피해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합참은 북한 풍선에 달린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지난 8일 오후 2시께 경기도 파주시 한 제약회사 창고건물 지붕에서 북한의 쓰레기 풍선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8천만원, 미화로 약 6만 달러어치 피해가 났습니다.

한국 현행법상 북한 오물 풍선 살포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지원할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예비비를 활용해 우선 보상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북한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쓰레기 풍선이 유류저장시설이나 공항, 고속도로 등으로 떨어질 경우 대형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북정책의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긴장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를 위해 북한과 관련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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