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의 유엔총회 연설인 일반토의가 오늘(30일)로 막을 내립니다. 각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 집중한 가운데 일반토의를 계기로 열린 부대 행사에선 북러 무기거래와 북한 인권 문제 등이 다뤄졌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함지하 기자로부터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 일주일 동안 뉴욕에선 각국 정상의 일반토의 연설과 장관급 인사 등의 여러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먼저 올해 ‘고위급 주간’의 특징을 짚어 주시죠.
기자) 네, 지난 한 주는 전 세계에서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은 이 시기를 ‘고위급 주간’으로 부르는데요. 고위급 주간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각국 정상들의 연설입니다. 올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76개국 정상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그 외 4개 나라가 부통령급 인사를 파견했고요. 2개 나라는 왕자를, 42개 나라는 총리급 인사를 뉴욕으로 보냈습니다. 또 호주와 일본, 인도 정상들은 지난 21일 미국을 포함한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일찍 미국을 방문하고 떠났습니다.
진행자) 올해 정상들의 관심은 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상황에 맞춰져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상 모든 정상들이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상당수 국가들이 관련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또 해당 국가들은 전쟁 중인 상대국을 강하게 비난하거나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대부분의 나라들이 러시아를 비난했고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분쟁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뉴욕을 방문해 이곳엔 한 때 높은 긴장감이 흘렀는데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대상에게 반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이 연설을 하기 직전 전 세계 여러 나라 대표들이 회의장을 떠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상대적으로 올해는 북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임 첫해부터 매년 북한 문제를 거론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 남미 나라 정상과 외무장관 등이 북핵 문제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반토의에서 북한을 언급한 나라를 추려보면 한국과 일본, 중국, 호주, 우크라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정도입니다. 한국과 일본, 호주, 우크라이나는 북한을 비판했고요. 중국은 관련국의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또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이것을 단순히 북한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해석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북한보단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전쟁 상황 등에 대해 관심이 더 높았다, 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쿼드 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논의하고, 지난해 미한일 3자 정상회담이 소집된 주요인에도 북한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총회 회의장 밖에선 북한 문제, 특히 북러 군사협력이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일반토의 개막일, 안보리 회의장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긴 시간을 할애해 북러 군사협력을 비난했고요. 다음 날인 25일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북한과 러시아를 동시에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은 고위급 주간 마지막 날인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각국이 주목하는 사안이었는데요. 이번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각국의 우려는 더 이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제공이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고, 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는 각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위협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진행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5일 뉴욕에선 북한 인권 관련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납북자 문제를 주제로 미국과 한국, 룩셈부르크가 공동 개최했습니다. 또 다프나 랜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와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부총리 등은 기조연설을 했죠.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 인권과 관련한 고위급 행사가 열리는 것은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10년 전 행사에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국의 인권 실태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15년 만에 외무상을 뉴욕으로 파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자국 인권 문제에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의 석방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이며 국제적 공감대를 이끌어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련 행사가 열린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북한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주임 겸 외교부장은 28일 일반토의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이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각국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내에서 문제와 대립을 조장하려는 어떤 세력의 시도에도 단호히 저항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쿠바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대북제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이 자신들의 지배력에 위협을 가한다는 이유로 중국과 벨라루스, 북한, 이란을 거칠게 비난한다며 북한을 짧게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혹시 북한은 이들 연설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네, 북한 대표단은 중국과 러시아가 연설한 28일 회의장에 모습을 보였는데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연설할 땐 단 2명이 자리한 것과 달리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연설 땐 김성 북한 대사를 포함한 5명이 지켜봤습니다. 이것이 최근 북중 간의 이상기류를 반영하는 것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진행자) 북한은 오늘 연설을 앞두고 있는데요. 김성 대사가 연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이곳 시각으로 오늘 오전 13번째로 연단에 오릅니다. 이 때 입장을 밝힐지, 또 각국의 주장을 반박할지 등이 주목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사무국에 ‘대사급’ 인사의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이 아닌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연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최선희 외무상이 연설에 나선다고 보도했는데요. 아직까지 최 외무상이 뉴욕에 왔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만큼 그럴 가능성은 적은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있는 함지하 기자로부터 제79차 유엔총회 관련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