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원자폭탄 30~100개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했다고 한국의 핵 과학자 이춘근 박사가 추정했습니다. 그 근거로 북한은 1만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1천770kg을 확보한데다 영변 핵시설에서 추출한 30~50kg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명예연구위원인 이춘근 박사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13일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영변에 플루토늄을 위한 핵시설이 있는데 왜 별도로 원심분리기 시설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이춘근) 플루토늄은 자연계에 없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태워서 생산을 하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가지고 있는 원자로가 5MW 원자로 하나뿐이고, 여기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5~7kg, 원자탄 하나밖에 안 되는 분량이거든요. 그러니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가 공장을 따로 짓고 있는 겁니다.
기자) 공개된 사진을 보니까, 원심분리기가 빽빽히 늘어서 있던데, 원심분리기의 원리와 구조를 설명해 주십시오.
이춘근) 자연계에는 우라늄‐235가 0.7%밖에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려면 90% 이상으로 농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게차가 워낙 적기 때문에 분리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심 분리법은 상당히 간단한 설비로 염가로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요거는 원통에다가 육불화우라늄(UF-6)기체를 넣어서 고속으로 돌리면 무거운 우라늄 U-238은 밖으로 나가고 가벼운 우라늄 U-235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 원심분리기는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또 길이가 길수록 분리 효율이 좋아지고요. 전기가 적게 들고 설비 면적이 작기 때문에 감추기가 쉽습니다.
기자) 아까 속도가 빠르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분당 몇 번이나 회전을 합니까?
이춘근) 우라늄 농축은 보통 5만 번 이상 회전을 하게 됩니다.
기자) 이번에 공개된 원심분리기가 1990년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제공한 P-2형 원심분리기를 개량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춘근) 유럽에 우라늄 농축회사인 ‘유렌코’(URENCO)가 설립됐습니다. 여기서 G-1, G-2같은 초기형 원심분리기를 개발 했는데, 이 유렌코에 있던 기술자였던 파키스탄의 칸 박사가 이 기술을 습득한 다음에 파키스탄으로 돌아와서 개발하는 것이 P-1, P-2 원심분리기입니다. 이것을 이란에 제공했고요. 북한에는 P-1 원심분리기 20대와 와 P-2 설계도를 줬다고 칸 박사가 증언했습니다. 또 북한의 학자들과 기술자들을 파키스탄 공장에서 연수를 시켜주었다,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그것이 1990년대였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P-1은 설비를 받았고 P-2는 설계도를 받았지만, P-2가 훨씬 더 우수하기 때문에 이것을 생산해 점진적으로 개량해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원심분리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량했다면 어떤 것을 개량했을까요?
이춘근) 원심분리기는 이제 안에 소재가 처음에는 알루미늄을 썼고요. 그 다음에는 좀 더 단단한 마레이징강을 쓰다가, 최근에는 가볍고 질긴 탄소섬유를 많이 씁니다. 그런데 P-2는 중간형이기 때문에 마레이징강, 이 합금이 생산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에 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북한도 2000년도 초반에 국가과학술계획에 탄소섬유가 포함돼 있었거든요. 그래서 점진적으로 탄소섬유로 바꿔 나가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일본 아사히 신문은 2002년 6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 2천600대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수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터(회전자)를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려 했던 것일까요?
이춘근) 수입하려고 한 알루미늄관의 직경을 알아보니까 P-2형의 외부 케이스 직경하고 일치했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이때 수입하려던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P-2의 외부 케이스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5장의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시찰한 시설에만 2천 개 가량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해 북한이 영변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1∼2곳 더 운영하고 있다며 “7천개에서 최대 1만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것이 사실이라면 1만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어느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추출할 수 있을까요?
이춘근) 올브라이트 박사의 추정은 2006년부터 4천∼6천 대의 (원심분기기를)가동하기 시작해 그 뒤에 꾸준히 늘려서 2020년대에 1만대로 확장해서 지속적으로 운영을 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안에 영변의 것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고농축 우라늄(HEU) 누적 생산량을 2020년까지 1천425kg∼2천185kg이다, 그래서 중간값으로 해서 1천770kg이다, 이렇게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와 별도로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 우라늄 농축시설을 참관한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은 2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최소 1만2천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볼 수있을까요?
이춘근) 북한이 헤커 박사한테 설명하기를, 철 합금으로 만들었다고 얘기를 했고 또 1개의 ‘빌로우즈’(Bellow)가 있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 철 합금이라고 하는 것은 ‘마레이징강’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얘기한 것이 있는데, 여기는 원자력 발전소용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영변의 공장은 저농축 우라늄 생산용이 아니냐, 이렇게 볼 수가 있는데, 총 분리 능력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영변의 것과 강선이라고 말하는 다른 곳의 원심분리기를 다 통합해서 추산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면 영변까지 포함해서 1만 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자) 영변에서 2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지 14년이 지났습니다. 또 강선 등지에서 1만개의 원심분리기를 지난 5년간 가동했다고 보면 어느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춘근) 올브라이트 박사 같은 경우에는 2006년부터 추산을 해가지고 1천770kg을 말하는 것이고요. 헤커 박사 같은 경우는 좀 적은 양으로 2024년 올해 말까지 1천300kg 정도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저도 그렇고 국내 학자들도 요정도 선에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자)그렇다면 그 정도 고농축 우라늄(HEU)으로 북한이 원자폭탄 몇개를 만들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춘근) 고농축우라늄 몇 kg으로 (원자폭탄) 하나를 만드느냐고 할 때 보통 25 kg으로 많이 하는데, 기술이 상당히 진보하면 10kg도 가능하죠. 북한의 경우에는 플루토늄을 쓰는 내폭형 기폭장치를 개발해놨는데, 거기다 플루토늄을 쓰는 게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을 쓰게 되면 고농축 우라늄 양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한 20kg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래서 올브라이트 박사는 중간값으로 계산해서 88발, 헤커 박사는 65발 정도가 되는데, 여기에 북한이 가지고 있는 30kg~50kg 플루토늄 양을 더 해야 합니다. 요것이 또 한 10발 가까이 될 수가 있거든요. 상당히 경우의 수가 넓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볼 때는, 30∼100발 정도 폭넓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해 전술핵탄두 화산-31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화산 31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춘근) 이게 과거에 공개한 것보다 상당히 작아지고 길쭉해졌습니다. 그래서 소형화가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또 상당히 극단적인 설계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또 화산-31을 공개할 때 뒤에 투발 수단이 8개가 있었는데, 이 8개가 상당히 범위가 넓습니다. 탄도탄도 있고 순항미사일도 있고 어뢰도 있고 방사포도 있고, 이런 지나치게 넓은 유형의 표준화는 상당히 어렵죠. 투발 수단에 핵탄두가 미치는 영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장기적으로 보면 좀 더 세분화된 탄두가 필요하고, 그것을 개발해야 된다 이렇게 봅니다.
기자) 이춘근 박사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춘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핵 과학자인 이춘근 박사로부터 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 현황과 핵물질 확보 규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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