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부정한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례적으로 러시아가 핵 초강대국임을 대변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러시아 외무장관의 북 핵 관련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개념을 ‘종결된 문제’(closed issue)로 보고 있다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러시아 외교장관의 언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창설 주도국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7일 러시아 외무부 웹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에 맞서 북한과 함께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당초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 아니었나요? 그랬던 러시아가 이젠 북한의 핵 보유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 비핵화 목표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랬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절실해진 무기 확보를 위해 북한과의 밀착을 넘어 동맹 수준의 새 조약까지 체결했고, 마침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입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그간 한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그리고 정상 수준 회담 계기에 러시아 당국자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대북, 통일 정책을 지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젠 태도를 돌변해서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평가하고요.”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 동참 아래 채택된 안보리 결의는 명시적으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규정하고 있다”고 상기하고,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체제 창설 주도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군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29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지난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무기 거래로 북한과 이란을 전쟁범죄 공범으로 만들었다”고 말한 데 대해 “어불성설”이고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모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젤렌스키의 논리대로라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가장 많은 무기와 탄약을 들이민 미국과 서방이야말로 특등 공범국”이라면서, “미국과 서방이 핵 초대국인 러시아를 앞에 두고 불 장난질을 해대면서 그로 하여 초래될 수 있는 후과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라고 러시아를 감쌌습니다.
진행자)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네요?
기자) 네, 전문가들도 그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5월 담화에선 북러 무기 거래설이 “그 어떤 평가나 해석을 달 가치도 없는 가장 황당한 억설”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했었는데요, 이번 담화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에 초점을 두면서 북러 무기 거래 혐의에 대한 직접 반박은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러시아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고 생각하고 이건 기본적으로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한 축으로 묶여 있는 소위 ‘저항의 축’ 국가들의 연대 내지는 국제적인 나름의 세력 변화에 대한 판단 이런 걸 기초로 공세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점에서 주목되죠.”
전문가들은 또 김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러시아를 핵 초강대국으로 치켜세운 대목도 매우 이례적인 내용이라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이 해당 표현을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요? 어떤 분석이 나오는 거죠?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핵을 보유한 당사국의 핵 교리를 제3국 최고지도층 수준에서 대변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이뤄지는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편들기가 한층 노골화하는 증거이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는 북한의 간접적인 위협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크게 봤을 땐 핵을 가진 국가한테 함부로 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환기시키는 것, 그래서 자신들도 그런 핵 보유국가로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피력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두진호 박사는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핵 강대국 러시아를 부각시킨 것은 러시아와 핵에 기반한 동맹관계가 될 수 있다는 북한의 전략적 기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번엔 한중 외교장관 회담 얘기로 화제를 돌려보죠. 한국 정부가 회담 결과를 발표했습니까?
기자) 네,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태열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8일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양자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을 거론하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고위급에서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각 당사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평화 회담을 촉진하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한중 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미 대선을 전후한 북한의 대형 도발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 도발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런 데 대해서 북한에 대해서 정세 불안정을 고조시킬 수 있는, 한마디로 중국의 이익에도 반하고 지역 공동 이익에도 반하는 행동이라는 메시지를, 그런 점에서 자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좀 더 명확하게 한 번 더 확인하는 이런 의미가 충분히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죠.”
두 외교수장은 또 오는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내년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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