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가발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으로 가발을 수출하는 나머지 40여개 나라의 수출액을 모두 더해도 북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중국 월 가발 수출액이 또다시 1천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세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약 161t 분량, 총 1천73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이로써 2024년 북한의 대중국 누적 가발 수출액은 1억5천184만 달러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억 5천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양으로는 2천229t입니다.
전체 43개국 중 가발 수출 1위
올해 10개월 동안 중국에 가발 등 모발 제품을 수출한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모두 43개 나라입니다.
북한은 이중에서 가발 수출양과 수출액 모두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북한의 수출액은 2위 456만 달러와 비교해도 30배나 많습니다. 현재 해관총서는2위를 '중국'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제조한 품목을 세관에 기록할 때 해당 나라 이름을 중국으로 기록하는 데 따른 것입니다.
또 북한을 제외한 대중국 가발 수출국 42개 나라의 올해 수출 총액은 1천174만 달러인데, 이는 북한의 7.7%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 가발 수입 시장을 북한이 사실상 석권한 것입니다.
북한의 가발 시장 독주 체제는 2022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북한은 2022년 1천130만 달러어치의 가발을 중국에 수출하며 다른 나라들을 앞섰고, 2023년엔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1억6천268만 달러로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북한의 1년치 대중국 가발 수출액은 139만 달러였지만, 불과 5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보다 100배가 더 늘어났습니다.
OEM 형태로 가발 수출
북한이 올해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사들인 품목이 ‘사람 머리카락’ 즉 인모인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북한은 올해 1~10월 중국에서 총 1억3천874만 달러어치, 1천959t의 인모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5천975만 달러어치의 수입액으로 전체 수입품 2위를 기록한 대두유를 크게 상회하는 액수입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인모를 수입한 것은, 북한이 재료를 수입해 이를 완제품으로 되파는 주문자생산방식(OEM) 형태 무역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가발의 재료인 머리카락을 들여와 이를 가발로 만들어 중국으로 되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대북제재 여파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OEM 무역을 통해 비제재 품목인 가발과 손목시계, 속눈썹, 신발 등을 중국에 판매했습니다.
이 같은 OEM 무역은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2020년부터 급감했는데, 2022년부터 회복세를 타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 5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제재로 판로가 막힌 위탁가공 형태의 섬유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 틈새 시장을 찾으려 노력했고, 이에 따른 결과로 가발 수출을 늘린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And what I consider their efforts to find niches in the processing on commission type of trade with China that they were doing with textiles more widely before sanctions were introduced on the textile trade...”
다만 “가발은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시장 규모가 섬유 산업에 비해 훨씬 작다”고 뱁슨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가발 수출액 지속적인 감소세
하지만 북한의 OEM 무역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올해초부터 북한의 가발 수출액은 계속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올해 3월 대중국 가발 수출액은 2천109만 달러였지만, 4월 1천684만 달러, 5월 1천539만 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후 1천406만 달러를 기록한 8월을 제외하면 줄곧 1천만 달러 초반대의 수출액을 기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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