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 석탄 부두에서 또다시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수출이 본격 재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에 6일 대형 선박이 정박했습니다.
13일 만에 대형 선박 입항
이 부두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날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전용으로 분류된 석탄 선적 부두에 선체를 바짝 밀착시킨 190m 길이의 선박이 보입니다.
선박은 적재함을 모두 열고 있고, 그 안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로 가득합니다. 또 부두에도 석탄이 쌓여 있는데, 이는 이 선박이 석탄을 선적 혹은 하역하기 위해 이 부두에 입항했다는 것을 추정케 합니다.
이 부두에 대형 선박이 정박한 것은 약 13일 만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23일 이 부두에서 190m 길이의 선박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또 이보다 약 11일 전인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크기의 선박이 정박했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두에는 최근 11~13일에 한 번 꼴로 대형 선박이 포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선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선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12일 이곳에서 선박이 포착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대형 선박이 정박한 건 약 4개월 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박의 출항과 입항 기간이 2주 이내로 줄어든 것입니다.
선박의 입항이 잦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항구가 분주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과거 러시아 석탄 수출 장소
이 부두는 과거 러시아가 자국 석탄을 수출하는 장소로 활용하던 곳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번 대형 선박의 움직임은 대북제재 위반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올해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한 선박 브로커는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1만5천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관련 업자들이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 시도로 해석돼 큰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다만 당시 브로커는 추가로 공고문을 여러 차례 내며 선박 수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선박을 찾는데 실패했었습니다.
당시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대북제재 논란을 의식한 해외 선박들이 북한 항구로의 입항을 꺼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기항했다가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설명입니다.
이후 이곳을 드나드는 선박은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선 그 분위기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부두 석탄양에도 변화
부두에 쌓인 석탄양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의 안쪽, 즉 북쪽 지대에는 석탄을 쌓아두는 공터가 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이곳 석탄의 양이 크게 줄면서 이 지대 일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초만 해도 약 9만 제곱미터에 달하던 이 지대의 석탄 면적은, 지난달 말부턴 약 4만 제곱미터로 감소했습니다.
쌓인 석탄의 정확한 높이는 확인할 수 없지만, 면적 기준으로 볼 때 그 양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런 정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라진항을 통해 석탄 수출을 시도했던 러시아 회사가 선박 수배와 해외 판로 개척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라진항을 활용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원래 라진-하산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이는 2013년 11월 한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사업으로,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경로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려 자국 석탄 수출을 모색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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