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어제 치러진 한국의 21대 총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했습니다. 한국의 선거일은 우연하게도 북한 정권이 가장 큰 명절로 만든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 태양절과 겹치면서 탈북민들의 감회는 남달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호)
한국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자신의 뜻에 따른 소중한 한 표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선거에서 당당한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선거가 치러진 15일은 우연하게도 북한 정권이 가장 큰 명절로 만든 이른바 태양절, 즉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날과 겹쳤습니다.
‘100% 찬성 투표’ 구호 속에 무조건 찬성표를 찍어야 하는 강요된 북한의 선거를 겪었던 탈북민들은 남다른 감회를 전했습니다.
이소연 / 탈북민
“김일성 생일날에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를 했다, 이 부분이 이런 날이 겹치는 것도 제 인생에 많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헌법으로 선거의 4대 원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성년으로 신분 차별 없는 보통선거, 또 자신이 직접 투표하는 직접 선거와 1인 한 표의 평등 선거, 그리고 투표를 공개하지 않는 비밀 투표 선거인데,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전했습니다.
이소연 / 탈북민
“(한국에서는) 칸막이를 쳐서 매 사람마다 들어가서 제가 어떤 사람을 투표하는 지 저 혼자만의 비밀로 된다는 거 이런 것도 참 놀랍더라고요.”
임영호 씨는 자신의 뜻에 따라 투표하는 선거를 통해 뿌듯함이 생긴다면서 그렇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임영호 / 탈북민
“이번이 두 번째거든요. 하면서 느꼈던 거는 그래도 내가 이렇게 투표를 함으로써 뭔가 내 마음 속에 뿌듯함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고향(북한)에서는 그게 아니고 그냥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잖아요.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 이른바 태양절을 맞은 북한은 열병식과 축하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쳐왔던 예년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의료 보건 체계가 취약한 북한은 코로나 감염 우려로 매년 4월 열었던 평양국제마라톤 행사도 취소됐습니다.
이동 통제가 강화되고 배급 물자가 제한되면서 주민들에게 제공했던 태양절 기념 특별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 연장선에서 태양절 기념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