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0일 전투’를 통해 경제 발전 뿐 아니라 내부 단속, 외교적 시간 벌기 등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정권 인수 기간에 도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이 ‘80일 전투’를 선포한 것과 관련해, 먼저 삼중고에 직면한 북한이 내부 사안에 집중하며 경제 발전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6일 미국 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와 산하 북한 전문 연구기관 38노스, 미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클레멘츠 국가안보센터가 미-한 동맹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행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홍수∙태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삼중고의 ‘거대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집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선 전달한다는 겁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1월에 개최 예정인 당 제8차 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 추진 결정을 선포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북한이 80일 전투와 같은 노력동원 방식의 속도전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다는 목표 외에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부차적 목표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When he does that, he tends to really focus the attention of the North Korean people on some matter. …Sometimes he does it to keep attention off of other problems, the things that are happening elsewhere in the world that would attract attention.”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특정 사안에 집중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김 위원장이 외부 세계의 일들 중 북한의 관심을 끌만한 일들에 북한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속도전을 실행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다가오는 미 대선과 한국에서 내년 4월에 치뤄질 재보궐 선거, 2022년 한국 대선 등 미-한 양국의 선거 일정도 북한의 속도전 추진 결정 배경에 영향을 미쳤다고 브룩스 전 사령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The election cycles in the United States and in the Republic of Korea all have an impact on that.…This is the timing that North Korea is recognizing they need to buy 80 days.”
양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북한 당국이 80일 간의 시간을 벌 필요성을 인식하는 시점이라는 겁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80일 전투 선포를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북한이 아직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현 시점에서 대미 정책 활성화를 원하지 않고 한국 정부와의 대화도 잠정 보류하고 싶어한다며,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관련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 당국도 국익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며,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원하지 않는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정권 인수 기간에 도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They don't need that either. They want a tattered resolution, not a tightly woven fabric. And so the timing is not right for North Korea to engage in a provocation... North Korea wants to stay tuned and we should.”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금은 북한이 도발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며, 북한은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기다리며 평가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쉬나 그라이텐스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 대선까지 ‘보류 상태’를 유지하고, 대선 이후에도 인수 상황을 지켜 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북한이 미-한 양국의 선거 이후의 정치적 변화를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대외적 반응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내부적으로 야기한 어려움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악화된 북한의 무역 상황 등 외부 경제 관계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또 ‘계속 반복되는 식량 불안정’ 등과 결합돼 병진 노선의 기조로 핵과 경제 개발을 병행 추진하려는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녹취: 그라이텐스 교수] “But COVID has really exacerbated that pressure on the regime. And so, I think a lot of what we're seeing is an attempt to try to maintain some semblance of the Byungjin line at a time when the economy and normal people's livelihoods are really strained. ”
그라이텐스 교수는 따라서 지금 북한 정권이 시도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경제와 민생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진 노선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가 내부 통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외교 등 외부적 대응은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라이텐스 교수는 북한 당국이 내부 문제에 주력하는 상황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