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주민들의 노력동원 운동이라는 전통적 방식의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가 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당 제8차 대회까지는 80여 일 남아있다”며 “남은 기간은 올해 연말 전투기간인 동시에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계선인 만큼 전당적, 전 국가적으로 다시 한번 총돌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적인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그리고 태풍 피해까지 겹치는 삼중고 속에서 내년 1월로 예정된 당 8차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도 쉽지 않자 초고속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 한번 ‘80일 전투’라는 노력동원 운동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80일 전투를 하겠다는 얘기는 10월 10일부터거든요. 당 창건기념일에 어차피 보여줄 게 없는 상황이니까 지금 뭐 올해 안에 어떻게 경제목표를 달성하겠어요. 그러니까 나머지 기간에 결국 비상상황을 돌파하는 수해복구, 위기 돌파 이런 쪽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하겠다 이렇게 봐야죠.”
북한은 내년 1월 당 8차 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계획을 내놓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삼중고로 타격을 입은 각종 사회간접자본이나 광산지구의 복구, 생산 자재의 국산화 등이 시급한 선결과제라는 분석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예를 들어서 검덕지구도 이번에 피해를 봤잖아요. 복구를 해야 되고 여러 가지 인프라, 철도, 도로, 에너지 부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위 제재가 계속 된다면 여러 가지 자재도 가져오기 어려우니까 탄소하나 화학공법을 포함해서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 이런 게 80일 전투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당 정치국 회의에선 또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들에게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축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들에게 원수 군사칭호를 수여한 것은 당 창건 75주년에 즈음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동시에 대규모의 태풍 피해복구에서 군이 앞장선 데 대한 공로로 보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과의 향후 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략적 군사도발 카드를 써야 할 경우를 고려해 군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협상도 교착 상태이고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곳이 군 아닙니까. 그러니까 군에 대해서 뭔가 힘을 좀 실어주고 앞으로 다가올 군사적 어려움에 대해 확실하게 역할을 해달라는 사기진작용이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리병철은 무기 개발 공로로 지난해 말 정치국 위원 선출 8개월 만인 올해 8월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정천 역시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후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인 김수길을 제치고 차수로 승진했고, 5개월만인 이번에 다시 원수로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정치국 회의를 통해 별 세 개인 상장에서 별 네 개인 대장으로 승진한 림광일 정찰총국장에 대한 인사 조치에 대해선 북한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지어 엇갈린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정찰총국은 비무장지대, DMZ 내 작전에 관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번 공무원 피격 사건에도 정찰총국장인 림광일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림광일의 승진은 그만큼 북한이 이 사건을 자신들의 정당한 대응으로 여기고, 한국 정부의 진상조사 공동요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정찰총국 임무는 비정규 활동에 국한되기 때문에 방역 차원의 북한 해군 지휘계통의 대응에 림광일이 관여했으리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북한에서 이번에 관련된 인사들을 승진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이번 (공무원 피격) 사건을 신경을 썼을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대남 통지문을 통해서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는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마 내부적으론 그것들을 신경 써 가면서 (인사를) 한 것 같지 않다는 거죠.”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추석 당일 김 위원장의 강원도 김화군 수해복구 시찰을 수행한 데 이어 이번 정치국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