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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권고 선박 여전히 운항…“중·러 반대로 조치 없어”


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유엔 전문가패널이 제재를 권고한 선박들에 대해 2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선박들은 또 다시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됐는데,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북 제재를 위반한 10척의 선박에 대해 ‘제재 지정’을 권고했습니다.

각국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여부 등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전문가패널이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된 선박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면서, 제재를 요청한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안보리는 문제의 선박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발표된 새로운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지난해 제재 지정이 권고됐던 선박 중 3척이 다시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한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제재 지정 만으로 대북 제재 위반 행위를 막았을 것으로 가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 선박들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보고서에 제재 지정이 권고된 선박을 모두 합치면 중복 선박을 제외하고 총 22척입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10월 3척의 선박을 제재 목록에 올린 이후 약 1년 8개월 기간 동안 전문가패널의 선박 제재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 권고 선박들 중 일부는 여전히 국제해상을 유유히 항해하고 있습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권고 대상 선박이었던 시에라리온 선적의 ‘싱밍양 888’ 호는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포착됐습니다.

또 올해 지정 권고 목록에 오른 ‘다이아몬드 8’ 호는 지난달 27일 한반도 서해 해상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선박으로 지정되면 193개 유엔 회원국의 항구로의 입항이 금지되며, 만약 해당 나라 해역에 진입했을 경우 억류돼야 합니다.

대북 제재에 연루될 경우 사실상 운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패널의 제재 권고 대상 선박 22척 중에는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이 10척으로 가장 많았고, 한때 시에라리온 선적으로 운영되거나 현재 운영 중인 선박이 7척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중국과 토고, 베트남 등에 등록되거나 선적 여부가 불분명한 선박들이었습니다.

북한 선박이 아닌 제 3국 선박들은 해외 항구에서 직접 유류를 실은 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들에게 넘겨주거나, 반대로 북한 선박들로부터 석탄을 넘겨 받아 해외 항구에 하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 선박들에 대해 제재 조치가 제때 이뤄졌다면, 해외 항구로의 입항은 불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의 한 전직 위원은 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전문가패널의 권고가 실제 채택되지 않는 이유로, ‘정치적 요인’을 꼽았습니다.

이 전직 위원은 전문가패널이 활동을 시작한 2009년 이후 권고 사항이 실제 채택된 경우는 몇 건 되지 않는다면서, “(권고 사항이) 문서화된 증거를 수반하는 등 타당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채택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면, 분명 정치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The 1718 Committee and the Security Council are the two bodies that have the authority to designate. Both bodies require consensus (unanimity) to approve. China and Russia are members of both bodies, and routinely use their membership to block designations and frustrate the effectiveness of sanctions enforcement.”

스탠튼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 위원회)와 안보리는 (대북) 제재 지정을 할 수 있는 두 개의 기관이지만, 제재 승인을 위해선 두 곳 모두 (안보리 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통상적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제재 지정을 막고, 제재 이행의 효력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전문가패널의 권고와 달리 오히려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수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송환과 관련한 조치의 해제 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 나선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입니다.

[녹취: 장 대사] “You all know that China and Russia have presented a draft resolution for the purpose of promoting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

장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완화와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금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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