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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면 과제는 통제 경제와 시장 경제 간극 줄이는 것”


2017년 북한 청진의 장마당.
2017년 북한 청진의 장마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급한 과제는 북한 내 공존하는 통제경제와 시장경제 간 간극을 줄이는 일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결국 시장경제 외에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앤드류 여 미 가톨릭대학 교수는 최근 `아시안 스터디스 리뷰’ 잡지에 실린 `북한 내부의 변화와 연속성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체제 내부에서 정권이 주입시키는 사상과 개인이 갖는 사상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앤드류 여 교수는 3일 VOA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권이 중심이 되는 기존의 통제경제와 장마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시장경제 간 간극을 줄이려고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여 교수] “Some say it’s 70%, some say it’s 90% but many North Koreans are participating in some form of market activity, because you can’t make a living, you can survive just on what the government provides. People have to make money by some other means.”

일부에서는 70%라 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90%까지로 볼 정도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시장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활동은 주민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것에만 의존해서는 살아갈 수가 없고,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앤드류 여 교수는 말했습니다.

2011년 북한 라선 시 장마당 입구. (자료사진)
2011년 북한 라선 시 장마당 입구. (자료사진)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여 교수] “If markets flourish, but the regime fails to co-op or capture the markets, I think that’s where the situation can become more stable.”

만약 시장은 번성하는데 정권이 이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달 워싱턴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기고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 “북한 경제에서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내 시장경제가 국가경제 관리체계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했다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VOA에, 지난 2003년 북한에서 시장이 합법화됐다며, 시장 활동이 불법 활동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시장을 억누르기 위해 화폐개혁이 단행된 데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북한 정부는 시장의 성장과 신흥 부유층인 ‘돈주’의 성장을 용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Markets were legalized back in 2003, so it's not that they're illegal. But after the events of 2009 and 2010 when there was effort to, you know, have a currency revaluation efforts to suppress markets, and there was pushback from the people and the government, sort of, tolerated since the growth of markets, and the growth of the role of Donju, but they've never really integrated the markets into the national economic management system in an overt way.

2012년 7월 서울 한국전쟁기념관에 전시된 화폐개혁 후의 북한 지폐들. (자료사진)
2012년 7월 서울 한국전쟁기념관에 전시된 화폐개혁 후의 북한 지폐들. (자료사진)

하지만, 시장은 국가경제 관리체계에 공공연하게 통합되지는 않았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이나 법체계, 규제가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financial system, the legal system, the regulatory system is not really grown in a way that allows the institutions, government to integrate the role of markets with the state enterprise management system. And they've kept these two things separate. So you never read anything in the official party pronouncements about the role of markets.”

뱁슨 전 고문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은 시장경제와 통제경제가 따로 존재하고 있고, 정부의 공식 발표 어디에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 다니엘 워츠 국장은 최근 북한 정부가 부패 척결을 꾸준히 강조하고 나선 것에 주목하며, 국가가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There have been periodic campaigns emphasizing anti-corruption… it’s related to how market mechanisms in the country in general.”

국가가 세금을 매기지 못하는 시장 활동에 대해 정부가 제약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겁니다.

워츠 국장은 북한 정권이 최근 시장과 국가의 경제 역량에 균형을 재정립하기 위한 구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But I do think there are more recent economic policy initiatives that we're seeing are an attempt to try to reshape the balance of economic power between market actors, and the state.”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석좌교수는 북한 정권이 시장경제를 국가관리 체계로 흡수하려는 것은 정부가 시장 활동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So when you say integration of the market economy into the government sectors, it’s certainly been true that the government has been trying to tax market activity.”

2016년 북한 라선경제특구 내 승리화학공장 외곽에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자료사진)
2016년 북한 라선경제특구 내 승리화학공장 외곽에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자료사진)

해거드 교수는 북한 정권이 ‘부패’라고 지칭하는 건 공무원들이 연루된 시장 활동을 가리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Now corruption is just a code word for market activity which is taking place, involving state officials. You know through bribe taking or protection of private sector activity, which is not being taxed.”

북한 내에서 그동안 뇌물 수수나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민간 부분의 활동을 보호하는 행위들이 이뤄져 왔다는 겁니다.

스테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는 시장경제를 허용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In the long-run, I just don't see any other alternative for Kim Jong Un to allow this kind of market activity to continue. But in the short run, it could continue to exist on somewhat different terms if he tries to crack down on.”

김정은 위원장이 시장을 규제하려고 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인권 활동가인 백지은 전 하버드대학 벨퍼센터 연구원은 시장경제와 통제경제를 양립시키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전 연구원] “It'll be difficult for Kim Jong Un and the regime to reconcile the ideological differences between what the regime is set out to do versus what the de facto operating principles are of market principles are.”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정권이 하려는 일과 시장 작동의 원칙 사이에서 생기는 이념적 차이를 조화시키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백 전 연구원은 시장경제가 북한에 기대만큼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북한 내 이중적인 경제체제의 해법은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s much more about fixing this dual economy and moving toward market economy.”

2012년 북한 평양의 고층 아파트. 여전히 건축 과정 중에 있는 류경호텔이 가운데 솟아있다.
2012년 북한 평양의 고층 아파트. 여전히 건축 과정 중에 있는 류경호텔이 가운데 솟아있다.

브라운 교수는 토지와 농장, 집, 아파트 건물, 공장, 광산 등 북한 내 대부분 자산이 공동 소유, 또는 국가 소유인 상황에서, 올바른 해결책은 국가자산을 팔아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land, the farms, the houses the apartment buildings, factories the mines, the forest. it's all owned collectively or by the state. That means, the not simple but correct solution for him for him, is to to privatized state assets to sell status. If he sells state assets even to North Koreans, the state can get a lot of money, and they can use that money to pay their workers decent wages. And then the workers start working better. Everything starts to improve, that's just what's happened in China now for 30 years.”

북한 주민들에게 국가자산을 팔면 나라는 돈을 벌게 되고, 그 돈으로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액수의 임금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지난 30년 간 중국이 바로 이런 일을 해왔다며, 북한도 이런 조치를 시행하면 근로자들에게 노동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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