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어업 활동이 대폭 줄어든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강도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조치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청진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통상 중소형 선박들이 항구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들 선박들은 북한의 어업활동에 활용되는 목선들로, 많을 땐 1천여 척이 한꺼번에 포착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기잡이철인 5월부터 11월 사이엔 이들 선박들이 바다로 나가면서, 일반적으로 항구가 텅 빈 모습이 관측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한 해 이들 목선들은 활동을 하지 않은 듯 대부분이 1년 넘게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촬영된 위성사진을 확인해 보면, 선박들이 대열을 이룬 모습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6월과 7월, 청진항에 머문 고기잡이 배들의 숫자가 다른 때보다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이 역시 전년도인 2019년이나 예년의 같은 기간의 감소폭에는 크게 못 미쳤습니다.
2019년 5월~12월 같은 곳을 촬영한 위성사진의 경우, 11월과 12월 단 두 달을 제외하고 선박들이 운항을 떠나 해당 항구가 비어있었던 시간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2017년과 2018년에도 통상 5월에서 10월 사이 청진항은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는 선박들이 고기잡이에 투입되지 않은 듯 지속적으로 항구를 가득 채운 겁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취한 ‘국경 봉쇄’ 조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인 지난해 1월 국경 문을 닫은 이후, 외부 교역을 중단하고, 항공기와 철도, 육로를 통한 국경 통행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고기잡이 배들의 운항까지 뜸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어업활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축소되거나 중단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인해 제대로 된 조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And while it might make sense to send people on individual ships…”
북한 당국은 소규모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나라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면 14일간 격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이 고기잡이배에도 적용된다면 조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지라도 선박들의 운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북한의 어업 활동을 통해 수확한 수산물이 내부 유통은 물론 해외 수출에도 활용된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관련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어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정황은 민간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앞서 비영리 연구기관인 ‘글로벌 피싱 워치’는 인공위성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을 분석해 지난해 북한 어장에서 활동하는 선박들의 숫자가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북한 동해와 러시아 근해에서 활동하는 오징어잡이 선박들의 조업 일수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감소는 북한 고기잡이 배들의 출항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북한으로부터 불법으로 구매한 조업권을 통해 북한 해역에서 활동하던 중국 선박들 역시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보고서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어부들의 해안 접근을 막았다는 보도 내용에 주목하면서, 이런 부분이 북한 선박의 활동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