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8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동맹관계 복원과 민주주의 회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이 포함됐는데, 단일 국가로는 유일하게 중국 문제가 해결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이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But this is a different time, so our strategy and approach are different. We’re not simply picking up where we left off, as if the past four years didn’t happen. We’re looking at the world with fresh eyes.”
블링컨 장관은 3일 국무부 청사에서 행한 ‘미국인을 위한 외교정책’이란 주제의 연설에서 “시대가 변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과 접근법도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순히 (오바마 행정부 때) 멈췄던 지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8개 핵심 외교과제를 일일이 나열하며 각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8대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경제위기 해결, 민주주의 회복, 효과적인 이민체제 마련, 동맹과 파트너와의 관계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신기술 선도,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등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 회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있다”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Authoritarianism and nationalism are on the rise around the world. Governments are becoming less transparent and have lost the trust of the people. Elections are increasingly flashpoints for violence. Corruption is growing.”
권위주의와 민족주의가 전 세계에 걸쳐 증가하고 있고, 정부들은 투명성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선거는 폭력적인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더 치닫고 있고, 부패가 증가하고 있다고 블링컨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건 외교정책의 필수 과제”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민주주의의 강점에 의구심을 심을 모든 기회를 엿보는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적대국과 경쟁국들의 손에 놀아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블링컨 장관은 전 세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미국의 (민주주의) 사례라는 강점을 활용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핵심 개혁을 이루고, 악법을 바꾸며, 부패와 싸우고, 불공정한 관행을 멈추도록 하는 등 민주적 행동을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 will use the power of our example. We will encourage others to make key reforms, overturn bad laws, fight corruption, and stop unjust practices. We will incentivize democratic behavior.”
다만 민주주의를 장려하는 노력과 관련해 값비싼 군사적 개입이나 독재정권을 무력으로 전복하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이후 줄곧 중요도가 부각됐던 ‘동맹과 파트너와의 관계 활성화’도 핵심 외교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Our alliances are what the military calls force multipliers. They’re our unique asset. We get so much more done with them than we could without them. So we’re making a big push right now to reconnect with our friends and allies, and to reinvent partnerships that were built years ago so they’re suited to today’s and tomorrow’s challenges. That includes countries in Europe and Asia that have been our closest friends for decades, as well as old and new partners in Africa, the Middle East, and Latin America.”
미국의 동맹은 흔히 군대에서 말하는 것처럼 ‘힘의 배가’이며, 미국의 독특한 자산이라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현재 우리의 친구와 동맹들과 다시 연결하고,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적합하도록 수 년 전 구축된 파트너십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수 십 년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유럽과 아시아 나라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아메리카의 오래되고 새로운 파트너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이날 공개된 외교과제에서 유일하게 단일 국가로 포함됐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것”이라면서, 중국 문제를 21세기의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지칭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And eighth, we will manage the biggest geopolitical test of the 21st century: our relationship with China. Several countries present us with serious challenges, including Russia, Iran, North Korea. And there are serious crises we have to deal with, including in Yemen, Ethiopia, and Burma. But the challenge posed by China is different. China is the only country with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seriously challenge the stable and open international system – all the rules, values, and relationships that make the world work the way we want it to, because it ultimately serves the interests and reflects the values of the American people.”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와 이란, 북한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미국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예멘과 에티오피아, 버마(미얀마)를 포함한 나라들은 미국이 다뤄야 하는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은 (이들 나라들과) 다르다면서 “중국은 경제와 외교, 군사, 기술력이 있는 유일한 나라로, 안정되고 개방된 국제 체계에 심각한 도전을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위협하는 국제 체계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계를 만드는 모든 규범과 가치, 관계" 등이라면서, "이것들은 궁극적으로 이익을 실현하고, 미국인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경쟁적이고 또 협력적일 수 있지만, 적대적일 때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대한 공통분모는 중국과의 관여가 유리한 위치(position of strength)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