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조선 20여 척이 북한 남포의 해상 유류 하역시설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중에도 불법 유류 운송은 계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남포의 유류 항구 일대에는 육지에서 약 150m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수중 파이프로 연결된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 있습니다.
얼핏 봐선 평범한 바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면 위로 5개의 작은 표식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시설에서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정제유 반입을 제한한 이후 종종 대형 유조선들이 정박하는 모습이 포착돼 왔습니다.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를 이용해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드나든 선박을 세어본 결과 모두 21척의 유조선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80~100m 길이의 대형 유조선이었으며,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간 해당 시설에 머물다 떠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름이 낀 날씨에 해당 항구에 정박했거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시점에 머물다 떠난 선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 시설을 이용한 선박은 21척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올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1월 말 이후로 시점을 특정하면, 해당 시설에 머문 선박은 16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체적인 선박들의 운항이 크게 급감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선만큼은 예년 수준으로 운행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 위성사진에서 발견된 유조선들에는 북한 깃발을 단 선박들과 직접 북한으로 유류를 운반한 제 3국 선박이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호콩’ 호와 인도네시아 선적의 ‘뷔파인’ 호 등이 남포로 직접 유류를 운반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 유조선들이 공해상에서 중국 등 제 3국 선박으로부터 유류를 건네 받는 ‘선박간 환적’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연례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이 반입할 수 있는 휘발유 등 정제유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각국에는 반입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매월 정제유 반입량을 보고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들의 연간 대북 반입량은 안보리의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넘기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과 미국 정부 등은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한 유조선의 크기와 숫자 등을 근거로 실제 북한에 반입된 유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에 2019년 1월부터 10월 사이 약 389만 배럴의 정제유가 남포 유류 하역시설 등을 통해 반입됐다는 미상의 유엔 회원국의 추정치를 싣기도 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세계은행 고문은2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류는 북한 경제를 돌리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에도 유류 반입은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전 고문] “You need refined petroleum for transporting things…”
정제유는 물품을 운송할 때는 물론 군대를 운용하고, 비료를 만들거나 트랙터를 사용하는 농업분야에서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간 정제유 반입 허용량50만 배럴은 북한 입장에선 매우 부족한 양이라면서, “(안보리의) 유류 제재는 북한에게 가장 아픈 조치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전 고문] “I think the oil sanctions have been some of the most painful…”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유류 제재에 직면해 ‘선박 간 환적’ 등 유류 반입 방식 찾기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이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