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지만 최근 발생한 ‘북한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사건 발생 열흘째지만 북한은 한국이 요구한 공동조사나 군 통신선 복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8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보도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 위협을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부족점들을 지적하고, 국가적인 비상방역 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시행할 데 대한 해당 문제들이 심도 있게 연구 토의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또 회의에서 “우리 식대로, 우리 지혜로 방역대책을 더욱 철저히 강구하고 강철같은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데 대해 강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지난 21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공무원 A씨가 22일 북한의 등산곶 인근 바다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이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사과와 사건 경위를 담은 통지문을 통일전선부 명의로 한국 청와대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 통지문과 한국 군 당국이 각각 밝힌 조사 결과 내용이 피격 당시 해당 공무원의 월북 의사 표명 여부와 북한군의 시신 소각 여부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배치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건 규명과 시신 수습을 위한 공동조사, 군 통신선 복구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공무원 총격 사건이 신종 코로나 유입 차단 과정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임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가 김 위원장이 대남 통지문에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와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불과 나흘 만에 열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 정치국 회의에선 방역에서의 부족점을 토의했다고 말했거든요. 그 부분은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한 논의를 했음을 은유한 거고요. 또 하나는 결국 이 사건이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고 방역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밝힌 사건 경위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한국 내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측이 추후 추가적인 해명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5일 보낸 대남 통지문에 최고지도자의 사과가 담긴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이 새롭게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 때문에 정치국 회의에서 이 사건 대응책을 논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빠른 사과가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을 약화시키고 한국 내 여론을 갈라놓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북한의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가장 신경쓰는 게 국제사회 여론인데 국제사회에서 일부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정도 얘기했지만 생각보다 다른 국가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문제 제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나오는 미국 측에서의 얘기를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 제기는 되지않고 있다, 그런 상황을 볼 때 북한이 정치국 회의에서 꺼냈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고요.”
이런 가운데 북한 대내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내부적으로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선 이 사건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게 민심 관리 차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사실 북한 정권은 지금 위기거든요. 대북 제재, 코로나, 역대급 수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도 지금 며칠 안 남았습니다.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수해 입은 인민들 임시거처조차 다 마련 못한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내부 동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숨기고 있다.”
한편 A씨의 시신을 찾기 위한 한국 군경의 수색이 열흘째 이어졌습니다.
해양경찰청은 30일 A씨의 시신과 소지품 등을 찾기 위해 해경과 해군 함정 26척, 관공선 9척 등 선박 35척과 항공기 7대를 투입해
연평도와 소청도 해상을 광범위하게 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