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법원이 북한 청천강 호의 불법 무기 밀매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싱가포르 해운사에 대해 법적 절차를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이번 주말 사전심리가 열릴 예정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 검찰청 대변인실은 3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 달 1일 싱가포르의 ‘친포해운’사건에 대한 재판 전 심리가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재판 전 심리는 검찰과 변호인이 판사 앞에서 재판 진행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로 재판 일수와 법정에 설 증인 수 등이 다뤄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 측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싱가포르 검찰청 대변인실은 이번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싱가포르 외무부와 내무부는 지난 달 1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청천강 호 사건에 연루된 싱가포르의 ‘친포해운’에 대한 수사를 끝내고 형사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친포해운은 지난해 7월 청천강 호의 파나마 운하 통과비용으로 7만2천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검찰은 기소장에서 이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그밖의 대량살상무기 계획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싱가포르 법무장관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 이행을 위해 제정한 규정 위반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친포해운이 송금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송금해 ‘환전과 송금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검찰은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친포해운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주주 겸 이사인 탄 후이 틴 씨도 기소했습니다. 틴 씨는 부친이 소유하고 있는 친포해운의 회계책임자로 경찰이 요구한 전자기록을 제출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친포해운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8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며, 틴 씨는 1개월 혹은 1천2백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는 북한과의 직간접적인 무기 또는 관련 물자의 거래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금융 거래와 기술 지원 역시 금지하고 있습니다.
청천강 호는 지난해 7월 쿠바에서 선적한 미그-21 전투기 2 대와 엔진 15 개, 지대공 미사일 등을 숨긴 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은 지난 3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친포해운의 주소가 싱가포르주재 북한대사관과 같다며, 조사 결과 청천강 호의 파나마 운하 통과 비용을 청천강 호의 운영회사가 아니라 친포해운이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조사를 피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썼다는 겁니다.
친포해운은 청천강 호 소유주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OMM)’의 싱가포르 대리인 자격으로 활동했으며 이 회사의 요청으로 청천강 호의 운하 통과비용을 송금했다고 전문가 패널에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은 친포해운이 평양에 본사를 둔 원양해운관리회사로부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넘겨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8일 원양해운관리회사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청천강 호 사건에 관한 이행안내서를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