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올해 미국 대선에서 낙태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미 하원이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고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어서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등 이민자 인권단체들이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망명 제한 조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은 대법원으로 갑니다. 미국 대법원이 먹는 낙태약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연방대법원은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 승인과 규제 완화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의 상고심에서 낙태반대단체 등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결정은 만장일치로 내려졌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사건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 지위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데 따라 원고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를 입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판결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까요?
기자) 판결문을 쓴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원고들이 선택적 낙태와 FDA의 규제 완화에 대해 진지한 법적, 도덕적, 이념적, 정책적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낙태반대단체 등이 받은 손해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연방법은 이미 의사들이 낙태를 하거나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치료를 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진행자) 애초 소송의 발단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라고 봐야겠죠?
기자) 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습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돼 있었는데, 낙태권을 부정한 것입니다. 로 대 웨이드 사건은 1973년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판결인데요. 낙태의 권리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내 낙태의 절반 이상은 미페프리스톤으로 이뤄진다고 하던데요. 어떤 약인가요?
기자) 네. 미페프리스톤은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먹는 낙태약입니다. 지금까지 600만 명을 넘는 사람들이 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해 왔다고 합니다. 임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해서 낙태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FDA는 미국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성이 수십 년 동안 사용한 후 미페프리스톤이 매우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원고의 청구내용을 보면 약을 사용하는 데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서 문제라고 했는데요.
기자) FDA가 2016년과 2021년에 소비자들이 원격 진료나 혹은 우편으로도 낙태약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낙태반대 단체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임신10주까지 사용이 허용되고 원격처방과 배송이 가능했던 것도 소송의 이유가 됐습니다. 낙태약에 쉽게 접근하게 되면 낙태가 더 많아진다는 논리였습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온 경과를 되짚어볼까요?
기자) 네. 2022년 11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은 낙태 반대론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여서 이 약의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1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거죠. 항소심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연방항소법원은 미페프리스톤 허가 취소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약의 사용조건을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고 원격 처방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와 제약업체가 상고했고 13일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제약사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제약사인 댄코(Danco Laboratories)는 이 약물이 FDA가 승인한 약품 중에 가장 안전한 약물 중의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애비게일 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서 “이번 결정은 수십 년 동안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로 관련된 향후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텐데요. 미국 국민들은 낙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기자) 지난 5월에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응답자의 약 57%는 낙태가 대부분의 경우에 합법화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2014년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의 46%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응답자 중 약 31%는 낙태가 대부분 또는 전면 불법이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014년 여론조사의 43%보다 감소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번째 소식은 의회로 갑니다. 연방 하원이 미 법무장관을 의회모독 혐의로 고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12일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고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216표 대 반대 207표로, 공화당은 데이비드 조이스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는데요. 지난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이후 의회모독 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갈랜드 장관은 의회의 이런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갈랜드 장관은 12일 성명을 통해 “하원이 의회의 중대한 권한을 당파적 무기화한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늘 표결은 헌법에 따른 권력분립과 법무부의 수사 보호 필요성, 우리가 위원회에 제공한 상당한 양의 정보 등을 무시한 것”이라며 “법무부와 우리 직원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법무부의 핵심 임무를 항상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앞서, 의회모독죄라는 게 뭡니까?
기자) 미국 연방법은 연방 의회로부터 증언이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사람이 이를 거부하거나, 출석 요구에 응했어도 증언을 거부한 사람을 ‘의회모독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회모독죄로 처벌하려면 하원이나 상원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데요. 의회는 의회모독죄 결의안이 넘어오면 전체 표결을 통해 고발장을 연방 검찰로 넘기고 연방 검찰은 이를 대배심으로 이송해 기소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하원은 왜 갈랜드 장관을 의회모독 혐의로 고발한 건가요?
기자) 갈랜드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특검 진술 영상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하원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의 일환으로 로버트 허 전 특검의 조사 녹음본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는데, 갈랜드 장관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갈랜드 장관이 왜 녹음본 제출을 거부한 겁니까?
기자) 갈랜드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법무부가 이미 증언 녹취록을 제공했다며, 만약 녹음본이 공개된다면 “향후 민감한 조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법무부의 역량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하원 공화당이 “법무부에 대해 전례 없고, 근거 없는 일련의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허 전 특검의 조사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가 언급됐었죠?
기자) 맞습니다. 갈랜드 법무장관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 사저 등에서 부통령 재직 시절 일부 기밀문서가 발견된 것을 수사하기 위해 로버트 허 전 연방검사를 특검으로 임명했습니다. 이후 허 전 특검은 지난 2월 내놓은 조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시절 고의로 기밀문서를 유출했지만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불기소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만 허 전 특검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이 녹음본을 요구하는 데 대해 민주당 쪽에서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기자)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녹음본을 요구하는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백악관 역시 하원이 “녹음분을 왜곡하고 정치적 목적에 맞춰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과도한 당파적 간섭”으로부터 법무부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결국 하원은 갈랜드 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고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입장은 민주당과 상반되는데요. 오히려 법무부가 정치화됐고 무기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차례 기소된 배후에 연방 법무부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우리 사법제도에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의회가 법무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고발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앞서 에릭 홀더, 윌리엄 바 전 장관 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만약 연방 검찰이 갈랜드 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기소하면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법무장관 감독 아래 있는 연방 검찰이 기소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특권을 발동해 공화당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실제 기소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앞서 홀더 전 장관과 바 전 장관도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기소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하원은 왜 갈랜드 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고발한 걸까요?
기자) 이번 결의안 채택은 사실 상징적인 성격이 크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결의안 추진을 옹호했습니다. 존슨 의장은 표결 후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지만, 하원이 해야 할 일을 한 오늘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죠.
기자) 본회의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이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나는 전직 검사로서 우리 사법 시스템을 더욱 정치화하는 결의안을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제리 내들러 의원은 “대통령의 어떤 잘못도 찾아낼 수 없으니 이제는 법무장관을 주시하고 있다”며 공화당의 움직임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망명 제한 조처와 관련해 소송에 직면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등 이민자 인권단체들이 12일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불법 입국자 망명 제한 행정명령이 미국 망명법을 위반했고, 적절한 규제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소송을 제기한 이유,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ACLU의 리 걸런트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 부국장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려진 입국 금지 조치와 “법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망명 금지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걸런트 부국장은 또 행정부는 의회가 만든 법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연방 이민법과 상충된다는 말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미국은 박해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난민들을 오랫동안 보호해 왔다”며 “1980년 난민법은 이런 국가적 약속을 법으로 명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의회가 수년에 걸쳐 망명 신청 권리에 일부 제한을 두긴 했지만, 행정부가 비시민권자가 입국하는 장소에 따라 망명을 단정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허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하지 않는 한 남부 국경에서 망명 신청이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는 일주일 동안 체포된 불법 이주자가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을 경우에 망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수가 하루 평균 1천500명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해당 조처가 중단됩니다.
진행자) 이전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도 망명 신청을 할 기회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이 망명 신청을 하면 일단 미국 안에서 풀어준 뒤 이후 이민법원에 출석해 망명 허용 여부를 결정했는데요. 이 과정이 수년씩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적을 불문하고 국경에서 적발되면 즉각 추방되는 겁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왜 이런 행정명령을 내놓았던 걸까요?
기자) 남부 국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인도주의적인 국경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이주자들이 급증하면서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자 이렇게 국경을 통제하는 정책들을 내놓게 된 겁니다.
진행자) 이민 문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새 정책은 전임 행정부의 정책과는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동반자가 없는 아동과 인신매매 피해자, 의료적으로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 등은 추방 대상에서 예외로 했다는 겁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소송이 제기된 데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국경 보안 규정은 합법적이며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데 중요하다”며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행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가자마자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불법 입국자 수는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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