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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기념일 대대적 축하 행사...민권 단체들 '레거시 입학' 폐기 요구


미국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3일 독립선언문이 소장돼 있는 워싱턴 D.C. 시내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앞에 성조기 무늬 대형 풍선이 세워져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3일 독립선언문이 소장돼 있는 워싱턴 D.C. 시내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앞에 성조기 무늬 대형 풍선이 세워져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올해는 나쁜 대기질을 고려해 친환경적인 축하 행사를 기획한 도시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미국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동문 자녀 입학 우대 정책, 이른바 레거시 입학 폐기 요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이 지난 2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7월 4일은 미국의 생일인 독립기념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미국의 247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립니다. 도시와 마을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축하 행렬과 콘서트가 벌어지기도 하고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바비큐를 즐깁니다.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또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 휴양지마다 북적이고요. 특히 밤이 되면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가 벌어져 미 전역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진행자) 독립기념일에 백악관에서도 축하 행사가 열린다고요?

기자) 네, 백악관이 주관하는 독립기념일 행사는 미국의 오랜 전통인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4일 백악관에서 전국교육협회(NEA)와 행사를 가진 후 저녁에는 군인과 퇴역 군인들, 군인 가족들, 의료 종사자 등을 초청해 성대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연설도 할 예정입니다. 또 백악관 앞 내셔널몰에서는 콘서트와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데요. 이 불꽃놀이는 전국에 생중계됩니다. 그리고 워싱턴 중심가에서는 오랜 전통의 독립 기념일 행렬도 벌어집니다.

진행자)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어떻게 시작된 날인가요?

기자)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7월 2일, 식민주 대표들이 모여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로 결정하고요. 이틀 후인 7월 4일, 대륙회의가 정한 사항, 즉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결정을 알리는 ‘독립선언문’를 승인하게 되는데요. 이날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독립기념일입니다.

진행자) 독립기념일은 지금처럼 축하한 건 언제부터입니까?

기자) 독립선언문이 나오고 1년이 지난 1777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시에서 처음으로 독립기념일을 공식적으로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는데요. 필라델피아시는 이날 축포를 쏘고 종을 울리며 축하했고 밤에는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관행이 미국 전역으로 퍼졌는데요. 연방 정부가 인정하는 법정 공휴일이 된 건 지난 1870년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불꽃놀이는 처음 독립 기념일이 제정됐을 때부터 이어오는 전통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에서 불꽃놀이를 많이 하는 날이 새해나 태양절이라면, 미국에서는 단연 독립기념일입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폭죽 판매도 증가하는데요.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도 열리지만, 동네에서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꽃놀이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불꽃놀이 관련 소비도 엄청나다고요?

기자) 네, 미국불꽃놀이협회에 따르면 20여 년 전인 지난 2000년 미국 소비자들이 폭죽에 소비한 돈이 4억700만 달러였는데요. 2022년에는 무려 23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 폭죽 판매량이 급증했는데요. 팬데믹으로 공공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되자 개인적인 구매가 늘면서 폭죽 매출이 지난 2019년 1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19억 달러로 껑충 뛴 겁니다. 협회 측은 올해는 매출이 약 1억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불꽃놀이를 많이 하는데 안전사고 위험은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미국인이 불꽃놀이를 하다가 부상을 입습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지난 2022년 불꽃놀이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사람이 1만 명이 넘고, 11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 1/3이 15살 이하 어린이들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불꽃놀이 안전 교육과 관련한 자료나 영상이 배포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특히 올해는 이 불꽃놀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던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독립기념일은 불꽃놀이 때문에 1년 중 대기질이 가장 나쁜 날 가운데 하나인데요. 워낙 많은 폭죽을 터뜨리다 보니 대형 산불에 버금가는 양의 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캐나다 산불로 인해 이미 미국의 많은 지역의 공기가 오염된 상태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불꽃놀이가 대기질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연방 환경청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한 절반 주의 공기질 상태가 보통 또는 나쁨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환자들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렇다고 해서 불꽃놀이를 아예 안 하면 아쉽기도 할 텐데요?

기자) 네, 따라서 올해는 독립기념일 연휴에 전통적인 불꽃놀이는 취소하는 대신, 좀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도시들이 등장했습니다.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건데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드론, 즉 무인기 쇼를 펼쳤습니다. 폭죽 대신 드론이 다양한 형상으로 밤하늘을 수놓은 겁니다. 또 콜로라도주 애스펜 등에서는 독립기념일 밤에 레이저 쇼가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 D.C. 시내 미 대법원 앞에서 대입 소수계 우대 정책 위헌 판결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29일 워싱턴 D.C. 시내 미 대법원 앞에서 대입 소수계 우대 정책 위헌 판결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의 대학 입학 정책과 관련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미 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 정책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주요 대입 정책이 폐기됐는데요. 이제는 동문 자녀 입학 우대 정책, 이른바 레거시 입학(legacy admissions) 제도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레거시 입학이 어떤 제도인가요?

기자) 영어로 레거시(legacy)는 유산이라는 뜻인데요. 레거시 입학은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 등의 대합 입학을 우대하는 일종의 특별 전형입니다. 최고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대학을 비롯해 여러 대학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죠.

진행자)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해 왜 폐기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겁니까?

기자) 백인들이 대부분 레거시 제도의 특혜를 누리고 있고 소수인종 대입 우대에 비해 레거시 입학이 더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보스턴 지역 비영리기관인 ‘민권을 위한 변호사’는 3일 흑인과 라틴계를 대변하는 세 단체를 대신해 하버드대학의 레거시 입학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방 교육부 산하 민권 담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이 단체가 뭐라고 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는지 좀 더 자세히 볼까요?

기자) 민권을 위한 변호사 측은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의 기부자나 동문 자녀 입학생 중 거의 70%가 백인이며, 이들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6배 정도 합격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019년 졸업생의 경우 약 28%가 부모나 다른 친척이 하버드 대학에 다닌 동문 자녀"라며 "하버드대학이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를 선호하면서 백인들이 압도적 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격 있는 유색 인종 지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가족의 성이나 은행 계좌의 규모가 능력의 척도가 되어선 안 되며 대학 입학 절차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단체가 왜 연방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한 걸까요?

기자) 교육부가 이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하버드대가 연방 자금을 받는 한 레거시 입학 제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체는 소장에서 만약 하버드대 입시 과정에서 레거시 입학이 사라진다면, “더 많은 유색인종 학생이 하버드에 입학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하버드대는 이번 문제 제기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대학 입학에서의 다양성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29일 연방 대법원에서 다뤄진 소수계 우대 정책도 대학 입시나 직장 채용 등에 있어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지만, 오히려 역차별을 가져왔다는 논란이 일었고요. 결국 대법원에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대학의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레거시 입학 제도 폐기 요구도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레거시 입학 제도 폐지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도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미국 최대 민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3일 전국 대학의 다양성 촉진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 내 530여 개 공립대학과 1천130여 개 사립 대학에서 레거시 입학 제도를 종식하고, 인종적으로 편향된 입학시험을 없애는 한편, 다양한 교수진을 모집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멘토링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시내 병원 의사가 임신 여성을 초음파 진단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시카고 시내 병원 의사가 임신 여성을 초음파 진단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임산부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년간 임산부 사망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1년 이내 사망한 여성의 수는 1천210명을 기록했는데요. 20년 전인 1999년에 5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증가세를 보인 겁니다.

진행자) 연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된 겁니까?

기자) 연구진은 미국 내 50개 주에서 5개 인종∙민족 집단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망률을 분석했습니다. 보통 산모 사망률 수치는 국가적인 추세를 추적하는데요. 이번 연구는 주별 그리고 인종별로 자세히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구 내용을 자세히 보죠. 인종별로 봤을 때 임산부 사망률에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기자) 전체 임산부 사망자 가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종은 흑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사 기간 사망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인종은 흔히 인디언이라고 하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이었습니다.

진행자) 수치상으로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수치상으로 보면, 1999년~2019년 사이 전반적인 임산부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2.7명에서 32.2명으로 증가했는데요. 아메리카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은 같은 기간 14명에서 49.2명으로 급증했습니다. 흑인은 26.7명에서 55.4명, 아시아∙태평양계는 9.6명에서 20.9명, 중남미계는 9.6명에서 19.1명, 마지막으로 백인들은 9.4명에서 26.3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지역에 따라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기자) 대체로 남부 주의 임산부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서부를 비롯해 인종적 구성이 다양한 와이오밍, 몬태나 등 서부 지역까지 사망률 증가세가 확산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매스제너럴브리검’ 병원의 앨리슨 브라이언트 박사는 보통 남부 주들이 미국에서 임산부 사망률이 가장 높고, 반면 서부 캘리포니아와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사망률은 가장 낮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같은 주 안에서도 인종별 사망률에 큰 격차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임산부들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이 뭡니까?

기자) 임산부 사망은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1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가장 일반적인 임산부 사망 원인은 과다 출혈, 심장 질환, 감염, 혈전, 우울증 등 정신질환 그리고 약물 과다 복용 등입니다.

진행자) 세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은 어떤 수준인가요?

기자) 부유한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이 가장 높습니다. 또 이번 연구 결과 임산부 사망률에 인종 간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캐런 조인트 매덕스 박사는 ‘AP’ 통신에 미국이 다른 부유한 국가들과 비교해 사회복지나 1차 의료 서비스, 정신 건강에 너무 적게 투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를 경고로 받아들여 임산부 사망률을 줄일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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