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메구미 사망 보도 신빙성 없어'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모친이 딸의 사진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상징적인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 씨가 20년 전 평양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신빙성이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언론은 7일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인용해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가 지난 1994년 평양의 한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일본 총리실 납치문제대책본부와 메구미 사건을 공동 조사했다며, 탈북자 2 명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메구미 씨가 입원한 평양의 정신병원에 근무했었다는 이들 탈북자에 따르면, 메구미 씨가 진정제와 수면제를 치사량에 가깝게 투여 받았고, 결국 건강이 악화돼 지난 1994년 4월 숨졌다는 겁니다.

당시 메구미 씨는 독극물이나 약물을 과다 투여 받았을 때 나타나는 청색 반점이 온몸에 있었고, 북한 당국은 메구미 씨의 시신을 야산에 묻었다고 이들 탈북자는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신빙성이 없다며 최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7일 일본 ‘BS 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다양한 정보가 접수됐지만 대부분 신빙성이 전혀 없거나 증거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일본인 납북자들의 안부에 관한 정보가 난무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들의 전원 생존을 전제로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가 장관은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가 한국의 납북자가족모임과 메구미 사건에 관한 공동 조사를 벌였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관계자도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성용 대표가 탈북자 2 명의 증언만을 인용해 관련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 씨는 일본 ‘F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와 관련해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메구미 씨는 지난 1977년 일본 니가타 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당시 13살 중학생이었던 메구미 씨가 아직 살아있다면 올해로 49살이 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했고, 그 뒤 북한은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어 2004년 메구미 씨의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가짜 유골로 드러났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