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김정욱 선교사 석방 촉구…한반도 정세 영향 주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지난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 두 명을 석방한 것을 환영하면서,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 국민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며,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2 명이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를 조속히 석방하고,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지난 9일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입니다.

[녹취: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오기 바랍니다.”

김정욱 선교사는 지난해 10월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몰래 북한에 들어갔다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기소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한국 정부는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의 전통문 등을 보내 김 선교사의 석방을 계속 촉구해왔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석방 카드를 쓴 시점에 주목하고,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는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중국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억류 미국인을 풀어줌으로써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외교가에서는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 우세합니다.

핵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미-북 관계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억류자 석방이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며, 미 국가정보국장의 이번 방북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방문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정책 책임자가 아닌 정보 책임자를 북한에 보낸 것은 인도적 사안과 정무적 사안을 철저히 분리하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면서 남북대화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대화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향후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와 중국, 일본 등과 지속적으로 외교관계를 이어가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입지를 약화하려는 시도를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북 핵 문제와 남북 간 인도주의적 사안 등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입니다.

우선 1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예정인 미-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공조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남북관계 차원에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는 조만간 미국 정부로부터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방북 등에 따른 사후 설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