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원의장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북-러 경제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자제도 요청했는데요,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과 만나 북-러 우호관계를 평가하고 특히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양국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덕담을 하면서도 북한 측에 따끔한 충고를 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지도부의 투자 사업 제의를 검토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북-러 경제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곳에 진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또 두 나라의 차관 관계 시절은 이미 과거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옛 소련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의 호의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해서 러시아 기업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북-러 교역이 기대만큼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양국이 루블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면서 교역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최근 들어 교역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오는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양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올 1월부터 3월까지 북-러 교역은 큰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의 대북 수출은 모두 1천7백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감소했고 수입도 44%가 줄어든 57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양국의 물류협력 사업인 ‘라진-하산 사업’을 추진하면서 철도 개보수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한국을 비롯한 제3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지역에 경제자유지대를 설치하는 구상 역시 이제는 실행단계에 들어가야 한다며 북한이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마트비옌코 의장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태복 의장은 귀국해서 러시아 측이 제안한 문제들을 경제부처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의장은 또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관계를 정치적 수준까지 끌어올릴 의사가 있다고 믿고 있다며 북한도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