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연이어 내비치면서 과거 세 차례 있었던 핵실험 행태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 핵 전문가들은 대체로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은 높지만 핵실험을 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과거 세 차례의 핵 실험은 모두 장거리 로켓 발사부터 시작됐습니다.
인공위성 발사라는 명분으로 로켓을 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규탄하고 북한은 외무성 반박 성명을 낸 뒤 핵실험을 감행하는 수순을 공식처럼 되풀이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그리고 다음날인 15일엔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과거 핵실험 패턴을 또 다시 준비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겁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위한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언제든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3차 핵실험 당시부터 계속 준비해 왔고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태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또 2013년 말부터 증축공사를 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건설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북 핵 전문가들은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한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선진 과학기술의 성취를 보여줌으로써 주민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또 장거리 로켓 발사가 미국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일 수 있는 유용한 위협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입니다.
[녹취: 정영태 박사 / 통일연구원] “이미 핵 위력은 3차 핵실험을 통해서 충분히 보여줬고 그 다음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통해 은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여지까지 남겨놨기 때문에 문제는 이제 미사일 시험발사 즉, 미사일에 대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시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이번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견해들이 많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을 강화할 경우 핵실험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이 주목되지만 원자력연구원 원장의 입을 통해서 기본적으론 핵 능력 증강에 대한 과시 선전을 국제사회에 메시지로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설지 여부엔 무엇보다 중국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입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아산정책연구원]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로켓 실험을 했을 경우엔 중국의 입장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도 이것을 명백한 도발로 간주하고 기존의 제재 조치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측 입장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도 과거처럼 섣불리 핵실험까지 나서진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 핵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이 영변의 모든 핵 시설과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재정비됐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핵 실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기존 핵무기의 위력을 대폭 강화시킨 증폭 핵무기와 나아가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3중 수소를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한 일종의 핵 고도화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