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카드 삼아 북한에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한 것은 이런 국면전환을 노린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뉴욕 현지시간으로 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신들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금지하면 끝까지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서 하는 모든 발사체는 유엔 결의 위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유엔결의를 지켜야 되고 준수해야 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함께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리 외무상 연설은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위성발사가 주권국의 자주권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수준이라며 북한이 이 카드로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피며 국면을 바꿔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한이 한동안 거론하지 않던 평화협정 문제를 리 외무상이 비중 있게 언급했다며 국제 사회 압박에 자신들이 구석에 몰려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유엔 무대를 활용한 선전술로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은 핵 보유국임을 전제로 평화협정 협상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체제 논의를 하기로 했던 9.19 공동성명에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리 외무상이 평화협정 문제가 포함돼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발언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등이 제안한 6자회담 당사국간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전문가들도 리 외무상의 연설에 정세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꽉 막힌 대외 관계를 풀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로켓을 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바로 고강도 도발을 통해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경우 대내 결속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 문제와 인민생활 향상 문제에 있어선 이전보다 더 난관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바로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리 외무상이 평화협정을 고리로 안보문제를 풀어 보자는 의중을 관련국들에게 내비친 것이라며 일종의 협상 제안을 통해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시도로 분석했습니다.
장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시기를 저울질하겠지만 기술적 문제가 해소되면 발사 자체를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