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국 내에선 자위적 차원의 핵 무장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찬성 여론도 높아져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는 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 핵에 맞서 자위권 차원의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원내대표는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 없듯이 스스로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동시에 핵을 폐기하는 방안 등 이제는 자위권 차원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수단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미-한 동맹을 옹호하는 보수정권의 집권여당 핵심 인사의 이 같은 공개 발언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론이 아닌 개인의 생각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부 입장에선 핵 무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는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으면서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전제인 미-한 동맹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내총생산의 무역의존도가 75%가 넘는 한국이 핵 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파멸을 의미한다며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집권여당 내에서 터져 나온 핵 무장론은 현실 가능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동북아시아의 핵 확산을 경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중국 러시아가 한국의 핵 보유를 절대 반대하는 그런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그런 차원으로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4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장거리 미사일도 성공적으로 발사함에 따라 한국 국민들의 여론은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으로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9%가 한국이 핵무기를 독자 개발해야 한다고, 그리고 23%는 미군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해 자체 개발이든 전술핵 배치든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쪽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10조 1항은 회원국에게 비상사태 시 조약 탈퇴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핵 무장입니다. 한국이 만약 핵 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핵 우위가 깨지게 되고 그러면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사라지면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그만큼 약화되는 거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이에 대해 NPT 탈퇴가 명분이 있다고 해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독자적 핵 개발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핵무기 보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북한과의 핵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른 방안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 무장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그런 점에서 대안적 방식으로 핵 무장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직전 단계 그런 점에서 핵 무장과 관련된 인프라와 역량들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1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협의 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장은 북한 핵에 맞서 적어도 언제든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러려면 원자력발전소의 핵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 데 미국이 아직까지 이를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협상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