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한국 온 북한 외교관 많아...북한은 세습통치 노예사회”

지난에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회의 역할 초청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더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은 더 이상 공산사회가 아니라 세습통치에 기초한 노예사회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1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최근에 한국에 들어 온 북한 외교관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북한 고위 탈북자 중 자신만 언론에 공개됐다며 한국 언론은 모르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모두 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앞으로도 더 좋은 삶을 찾아서 오는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날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의 발언은 북한의 고위급 탈북이 현재 진행형인 사안임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태 전 공사는 아울러 북한사회가 더 이상 공산사회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씨 일가가 공산주의 이론에 기초해 자신들의 독재를 합리화했지만 오늘날은 세습통치만을 위한 거대한 노예사회를 구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개념은 사라졌고 공산주의 이념에 조선시대의 정치체제를 결합한 봉건 노예사회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은 엄격한 의미에서 공산체제가 아닙니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북한은 세습통치에 기초한 노예사회입니다.”

태 전 공사는 이와 함께 김정은 정권의 최대 약점은 명분과 정체성이 불투명한 ‘백두혈통성’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기가 누구이고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명백히 밝히는 데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어머니 고용희가 재일 한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백두혈통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의 취약한 실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군 복무지가 북-중 국경이라며 월경을 눈 감아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휴전선에 배치된 병력은 북한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계층이라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 때문에 한국의 코앞에 집결한 이들을 겨냥해 대북 전단과 현금 등을 살포하면 휴전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실제 권력을 갖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른바 ‘비선실세’의 존재도 폭로했습니다.

태 전 공사가 꼽은 비선실세는 중앙당 조직부 부부장들입니다.

이들이 사실상 인사권과 표창권, 책벌권을 쥐고 있어 김 위원장 다음 서열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말은 듣지 않더라도 이들 말은 꼭 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일례로 외교부장이 자신에게 한 시간 안에 보고서를 가지고 오라고 해도 동시에 중앙당 조직부 지도원이 갑자기 자료를 달라고 하면 지도원 말부터 듣는다며 비선 실세의 위력을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시대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문수물놀이장 때문에 주변 주민들이 겪은 고초도 전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문수물놀이장을 유지하기 위해 대동강 유역과 문수구역 등 2개 구역 전기를 다 차단하고 물놀이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을 위한 전기 공급이 끊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집 주변에 이런 전시성 시설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부터 전기가 다 저기로 들어가겠구나 하고 한숨부터 쉰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