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오는 6일과 7일 잇따라 스포츠 대결을 펼칠 예정된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 별도의 남북 간 대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체육행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오는 6일과 7일 한국의 강릉과 북한 평양에서 연이어 열리는 남북한 간 스포츠 경기를 계기로 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남북 간 경기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 별도의 남북 간 대화는 당연히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행사 규모나 남북관계 상황을 볼 때 스포츠 교류 이외의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일 한국에 왔습니다. 남북 대결은 오는 6일 치러집니다.
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018 아시안컵 예선전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3일 평양에 입성했고 북한과의 경기가 오는 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대결이 국제 스포츠 대회의 일환일 뿐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 한국 통일부] “정부는 국제관례와 규정 및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는 국제 체육경기대회라는 점을 감안해서 방남과 방북 승인을 했습니다.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인 만큼 북한도 마찬가지로 다른 참가국과 동등한 대우로 여러 가지 진행이 되는 것이고요. 이러한 남북관계 상황 등을 감안해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을 푸는 데 스포츠 교류가 일정한 역할을 했던 전례에 비춰 북한의 도발 위협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을 오가며 오랜만에 펼쳐지는 이번 경기들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북한은 내년 2월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 징후를 외부에 노출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남북 간 스포츠 교류에 적극성을 보이는 데 대해 ‘화전 양면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해지고 있는 북한이 다음달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내에 북한에 대한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꿔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새로운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새로운 정부가 올해 중하반기에 대북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호적인 분위기와 여건을 남한 내부에 형성하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번 행사들이 남북관계 경색을 푸는 데 제한적이나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 대학원대학교] “과거 경험적 사례를 비춰보면 인도적 문제와 스포츠 문제 이것들이 관계 복원 또는 정상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름대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번 여자 축구와 여자 아이스하키 이 분야는 아마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 상황과 분위기를 조금 전환시키는 데 나름대로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북한이 화전 양면전략을 펴고 있지만 지금은 안보 현안들이 워낙 압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포츠 교류가 긴장국면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