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을 향해 군사적 위협을 하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북한 최고 지도자로선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로 윤석열 한국 정부를 비난해 한반도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27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협정일 즉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면서 연설 전문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미국이 북한의 이미지를 계속 훼손시키고 북한의 안전과 근본이익을 엄중히 침해하려 든다면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미제는 동맹 강화라는 미명 하에 한국을 추동질해 자살적인 반공화국 대결로 떠밀고 있다”고 했고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선 자신들 무력의 일상적 행동을 도발로 오도하면서 벌이는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 제국주의라는 노골적 표현을 동원하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 보유는 정당하다는 논리를 거듭 주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목표를 위한 행보로, 다음달 미-한 연합훈련을 전후한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적대시 정책이라는 게 철회할 수 없는 것을 얘기하는 거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으니까 자신들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얘기에요. 이번 전체적인 내용도 자신들은 핵 보유를 분명히 할 것이고 그리고 7차 핵실험과 연계해서 얘기한다면 결국 7차 핵실험을 통해서 방점을 찍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매체들이 최근 미국의 전략무기 전진배치나 미-한 연합훈련 강화 등을 핵 선제공격 연습 차원으로 규정하면서 군사적 압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다만 당장 전략도발에 나서겠다는 의미 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바이든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 동향을 보이니까 이에 대한 압박이었는데 북한은 이걸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대화나 협력 보다는 강경책을 구사하는 걸로 판단한 것 같고요. 따라서 이런 행보가 계속된다면 자신들이 핵 무력 고도화로 대응하겠다 이렇게 예고를 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것도 지금 당장 핵실험을 한다 이런 것 보다는 바이든 정부의 공세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예고한 거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윤석열 정부를 직접 비난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이름을 직함없이 부르며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 올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권과 군부깡패들이 선제적으로 북한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며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한 연합훈련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의 핵 전략 장비를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핵 보유국 턱밑에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불안감 때문이라고 조롱조로 위협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대해서도 “한국은 군사적 열세를 숙명적으로 감수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언제든 절대로 만회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김 위원장의 대남 비난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국가안보실은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대해 위협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밝혀온 것처럼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을 마치고 나온 예상된 반응이라며 북한은 이를 계기로 대남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북한의 핵 미사일 군비증강에 대해서 보다 원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이 있고 한-미 군사훈련 등을 2018년 이전으로 다시 복원하는 그런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굉장히 중대한 상황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상황에 대해서 북한이 ‘강대강’ 협박으로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소식통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담대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런 한국 정부의 행보를 견제하고 남북관계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선제적인 메시지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담대한 계획’은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정치, 경제, 군사 등 분야의 과감한 상응 조치를 제공하는 내용의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으로 현재 미국 등 관련국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높은 것은 외부 위협을 크게 부각시켜 경제난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려는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남북 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전승절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에 대한 압박을 주는 메시지를 던졌으니까 북한 군부 입장에선 대남 공세적 태도를 강화하려고 할 거라는 거죠. 그런 과정이 결국 남한과의 충돌 가능성을 굉장히 높이는 거죠. 그 충돌은 결국 남북관계를 극도로 경색시키면서 긴장을 높이게 되는 거에요. 긴장을 높여서 북한은 어떤 이익을 보느냐, 내부 결속 효과를 보는 거죠. 또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현재 북한 군은 하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