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8일 사전 공지없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해, 총 22억 달러 규모 추가 지원 계획을 내놨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을 만나,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지역 안보 파트너 18개국에 22억 달러 이상의 장기 외국 군사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같은 내용을 별도 성명을 통해 공식 발표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과 회담한 데 이어, 크이우 시내 의료시설 등을 방문해 환자와 피란민들을 위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중화기, 탄약, 장갑차 등 6억7천500만 달러 규모 추가 군수지원 패키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에서 반격을 시작하면서 "전쟁이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제 우리는 전장에서 우리 공동 노력의 명백한 성공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UDCG는 지난 4월 창설돼 매월 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정례 협의체입니다.
나토 회원국 외에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하르키우 지역 일부 탈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했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몇 곳을 되찾았다고 7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이번 주에 하르키우 지역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다
"면서 "아마도 여러분 모두 보도를 통해 봤을 것이고, 모든 시민은 우리 전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아직은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곳의 이름을 밝힐 때는 아니"라면서도, 제25 공수여단 등 수복 전투에 투입된 부대들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3차대전 날 수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7일, 러시아군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다시 한번 경고했습니다. 주요국가들이 제한적인 핵 충돌에 개입하는 '제3차 세계대전' 위험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미하일로 자브로드스키 우크라이나 의회 안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현지 매체 우크린폼에 기고한 글에서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전술핵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공동 기고한 자브로드스키 부위원장도 군 출신 인사입니다.
'2023년 군사작전 전망'을 주제로 한 해당 기고문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핵 공격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의지를 꺾지는 못하지만, 유럽 전체에 나타날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서방측) 주요국가가 제한적인 핵 충돌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3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며칠 뒤인 같은 달 27일 '핵전력 특별 전투 체제'를 명령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핵전력 특별 전투 체제' 명령...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개시 합의"■ 러시아, '핵무기 사용 계획' 부인
이후 러시아 주요 당국자들은 '대량 살상 위협에 대응'하거나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등을 거론하면서, 잇따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16일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또는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언론의 추측은 절대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 중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관해, "핵무기 사용은 자위적 공격에 대한 대응의 일부로 비상시에만 가능하다"고 지난달 18일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비상시에만 핵무기 사용"...'자포리자 원전시찰' 우크라이나-유엔 합의, 터키는 재건지원 약속■ 크름반도 공격 사실 인정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7일 기고문에서, 최근 크름반도(크림반도) 일대에서 잇따른 공격의 주체가 우크라이나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리(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군의 능력이 불균형하지만, 크름반도의 적 공군 기지에 일련의 성공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우리 군의 노력은 성공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에서는 지난달 9일 사키 공군 기지를 시작으로 군사 시설과 탄약고 등지에서 잇따라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크름반도·헤르손 진입한 우크라이나 무인기 격추"...흑해함대 본부 상공 포함같은달 16일에는 잔코이 구역 마이스케의 군부대 임시 탄약고에서 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고, 18일 세바스토폴 벨벡 공군기지 인근에서 최소 4차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어서 19일에는 크름반도와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역에 진입한 우크라이나 드론(무인 비행기) 여러 대를 격추했다고 러시아 측 관리가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말에는 크름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이들 사건의 책임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는데,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이번 기고를 통해 처음으로 공격 사실을 거론한 것입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상황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고 군사기지로 사용하는 모습이 세계 핵 안보 문제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북한에서 로켓·포탄 등 무기 구매"...IAEA 총장, 자포리자 원전 "불장난 하는 중"■ 서방에 무기 지원 호소
이어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무기 지원을 서방 측에 호소했습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현재 동쪽 돈바스 주요 전선인 도네츠크 지역이 좋지 않다"고 밝히고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으려면, 우리(우크라이나) 군이 여러 차례 연속적으로 동시 반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우리 동맹국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군사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무기가 러시아 무기의 타격 범위와 일치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타격 범위에 관한 이같은 언급은 사거리 최대 2천km를 가리킨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거리 100km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확전 위험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러시아 본토 공격할 무기 안보내"...우크라이나군 '루한시크 전면 철수' 위기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