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고 컨테이너 화물선 구매 정황…타이완, 홍콩 거쳐 소유권 바뀌어

북한 선적의 SF 블룸호 혹은 부양 2호가 북한 남포와 중국 룽커우 항을 운항한 항적. 자료=MarineTraffic

북한이 최근 타이완 회사 소유의 중고 컨테이너 화물선을 구입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선박 구매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위장회사를 동원한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은 ‘SF 블룸’호입니다.

‘마린트래픽’ 등 선박 추적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타이완 회사 소유였던 이 선박은 올해 3월부터 북한 깃발을 달고 북한과 중국 해상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선박은 위치 정보를 담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명을 포함한 기본 정보를 외부로 송신하는데, 이를 통해 수신된 SF 블룸호의 이름은 ‘부양 2(Pu Yang 2)’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번호와 연결된 이름은 SF 블룸호지만, 선박이 스스로를 부양 2호로 부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선박명을 바꿨지만 아직 국제 선박 등록체계에 새로운 이름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SF 블룸호 혹은 부양 2호는 2021년 7월 이후 시점에 북한 소유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린트래픽은 당초 이 선박이 타이완 회사가 소유한 ‘더블 해피니스 1’호였지만, 2021년 7월 돌연 소유주가 변경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새로운 소유주 정보는 마린트래픽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VOA가 유엔의 선박 등록정보 자료를 살펴본 결과 소유주가 변경되기 약 한 달 전인 6월 중국 홍콩에 사무실을 둔 ‘시노 에버 트레저’사가 이 선박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재됐습니다.

이 때 탄자니아에서 팔라우 깃발로 바꿔 달았고 이름도 더블 해피니스 1호에서 ‘토윈’호로 변경했으며, 이후 올해 3월 SF블룸호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당초 타이완 회사 소유였던 더블 해피니스 1호가 2021년 6월을 전후한 시점에 홍콩 회사에 매각됐으며, 이 선박은 이름과 선적을 몇 차례 변경한 끝에 북한 깃발을 단 부양 2호가 된 것입니다.

유엔 선박 등록자료에 따르면 부양 2호가 홍콩 회사 소유가 된 시점은 2021년 6월이다.

따라서 2021년 6월부터 올해 3월 사이 홍콩 회사와 북한 사이에서 부양 2호에 대한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울러 타이완 회사로부터 이 선박을 구매한 홍콩 회사가 애초에 북한이 세운 위장회사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위장회사가 처음부터 개입된 거래였다면 북한의 선박 소유 시점은 2021년 6월로 앞당겨집니다.

다만 ‘마린트래픽’과 일부 선박 추적 웹사이트와 달리 유엔 선박 등록시스템은 현재 이 선박의 선적을 ‘알 수 없음’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선박이 북한 선적인지는 일부 사설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양 2호는 이달 3일 북한 남포를 출발해 9일 중국 룽커우 항으로 향하고, 18일 다시 북한 남포로 되돌아온 항적을 남겼습니다. 북한과의 연관성을 넘어 이 선박의 모항이 남포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1994년 건조된 부양 2호는 길이 84m, 중량톤수(DWT) 3천285t의 중소형급 컨테이너용 화물선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부양 2호가 타이완과 홍콩 회사를 거쳐 북한 깃발을 달기까지 유엔 제재 규정을 거듭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고 선박을 구매하는 행위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주 관측됐습니다.

특히 VOA는 북한이 한 때 한국 소유였던 1만 t급 이하 중고 선박 여러 척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었던 한국의 ‘리홍’호는 현재 북한 자성무역회사의 ‘도명’호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2019년 북한으로 벤츠 차량 등을 옮기며 제재 위반에 연루됐던 ‘지유안’호는 불법행위 포착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서니 시더’호였고, 2020년 10월부터 북한 선적을 갖게 된 ‘수령산’호도 같은 해 7월 16일까지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습니다.

그 밖에도 VOA는 지난 3월 발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북한 소유가 된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와 ‘신평 5’호가 매각 직전까지 한국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수십 차례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선적 미상의 ‘뉴콘크’호도 한 때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매각을 위해 한국을 떠나면서 차항지를 ‘북한’으로 보고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일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