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운용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김정은 "핵 무력 무한대 강화"

북한 모처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이번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서해로 발사하며 사흘만에 또 다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직접 현지 지도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 무력을 무한대로 강화 발전시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전술핵 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발사된 2기의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은 북한의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과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를 비행해 2천㎞ 계선의 표적을 명중타격했습니다.

시험발사는 전술핵 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과 위력을 제고하고 전반적 작전운용체계의 믿음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재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매체들은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울린 미사일 폭음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임의의 시각에 도래하는 그 어떤 엄중한 군사적 위기, 전쟁 위기도 단호히 억제하고 주도권을 완전히 쟁취할 수 있게 핵전략 무력 운용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국가핵전투 무력의 무한대하고 가속적인 강화 발전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보름간 7차례에 걸쳐 벌인 탄도미사일 도발이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이었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지도..."적과 대화 필요성 느끼지 않아, 핵 무력 백방 강화"

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이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도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공개적으로 발사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9개월만입니다. 1월 순항미사일의 경우 북한은 발사 사흘 뒤 보도를 통해 9천137초를 비행해 1천800㎞ 계선의 목표 섬을 명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거리 면에서 이번에 200㎞ 정도 더 늘려 발사한 셈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외관상 1월 미사일과 같은 기종으로, 더 오랜 시간과 더 긴 거리를 비행할 수 있도록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등 조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연료통을 늘려서 멀리 보낸 것 같지만 엔진 자체의 수준은 크게 좋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때 2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는데 당시 이번에 발사한 것과 형태가 같은 순항미사일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사거리를 늘려 순항미사일을 쏘면서 “핵전략 무력 운용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거점에 대한 공격 능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핵 미사일 공격의 다양성을 과시하는 행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굉장히 다양한 미사일로 다양한 타깃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타격할 수 있는 능력, 그런데 그게 핵을 얹어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거지 않습니까.”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엄청난 파괴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장거리 정밀타격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고도 비행 특성을 갖고 있지만 속도가 낮기 때문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나 패트리엇(PAC-3) 미사일에 요격되기 쉬운 취약점도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 미사일의 발사 장소는 도로로 추정되고, 김 위원장은 아치형 지붕이 식별되는 실내에서 관측 모니터를 보는 점으로 미뤄 도로 인근 터널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도로 터널을 이용해 은폐, 엄폐하면서 미한의 탐지를 막고 킬체인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금 김정은 위원장도 보면 도로 터널 안에서 모니터가 켜져 있고 하는 것을 봐선 그 안에서 참관을 했잖아요, 발사된 모습을. 그걸 봐서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라서 한미의 정보 감시망이 촘촘해지다 보니까 그걸 회피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의 비핵, 평화, 번영을 위한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순항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금지대상이 아닌데도 도발이란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해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며 전술핵 운용부대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에이태킴스 KN-24보다 직경이 더 작은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만한 북한의 소형화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KN-23,24부터 시작하는 소위 차세대 단거리 미사일에 제대로 탑재하는 게 지금 7차 핵실험의 목표인데 그것보다 훨씬 더 작은 순항미사일에 장착할 탄두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얘기에요.”

양 부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북한이 전술핵 무력 강화를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과장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일련의 전술핵 운용부대 실전훈련을 마무리하는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난 뒤에 또 다시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핵 무력에 대한 외부사회의 불신 어린 평가가 자존심을 건드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한미가 북한의 대응에 대해서 평가가 낮거든요. 정말 능력도 안되는데 수준 떨어지고 비행기도 떨어지고 이런 식의 보도가 나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부분적으로 북한을 자극했을 거에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한미가 위압감을 느끼고 이런 분위기였으면 괜찮은데 북한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한 거죠.”

한편 미한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 아니어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고 정보자산이 탐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