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합류' 나토 31개 회원국 체제로 확대...러시아-벨라루스 5일 정상회담, 핵무기 이동 논의할 듯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4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으로부터 나토 가입 공식문서를 전달받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핀란드가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를 완료하고, 31번째 회원국이 됐습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가입 공식문서를 전달해 합류 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을 대표해 해당 문서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스웨덴도 곧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토비아스 빌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과 만난 뒤 "스웨덴은 나토 동맹에 합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핀란드의 가입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토 확장 저지를 명분으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정확히 정반대를 얻었다"면서,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곧 (나토) 동맹의 완전한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안보 침해, 전략·전술적 대응"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4일) 전화 회견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와 국익에 대한 침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안전 보장을 위해 전략·전술적 대응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나토 동맹의 구조는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에 적대적"이라면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또 다른 상황 악화"라고 주장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나, 현재 러시아군이 '특별군사작전' 중인 우크라이나와 핀란드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핀란드는 반러시아 노선을 택한 적이 없고, 우리도 핀란드와 분쟁이 없었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핀란드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지난 1948년 이후 75년 동안 중립국 지위를 지켜온 점을 가리킨 것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은 정반대이고 훨씬 더 위험하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 5일 러시아-벨라루스 정상회담

이날(4일)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핵무기 이동에 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동유럽 주요 매체들이 관측하고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지난달 25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푸틴 "미국도 동맹국에 핵무기 둔다, 똑같이 하는 것"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로씨야 24' 방송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을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항공기 10대를 개조했으며,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같은달 31일, 루카셴토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술핵 뿐 아니라, 전략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벨라루스, 전술핵무기 이어 "전략핵·ICBM도 배치"...'부차 학살' 1주년, 젤렌스키 "러시아 절대 용서 않겠다"

벨라루스에 들어갈 러시아 핵무기의 구체적 위치에 관해, 나토 회원국들에 가까운 서부 국경 쪽에 둘 것이라고 보리스 그리즐로프 벨라루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지난 2일 말했습니다.

이같은 계획은 "유럽과 미국의 소음(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리즐로프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같이 보기: 벨라루스 주재 러 대사 "전술핵, 나토 국경 가까이 이동"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동맹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개념을 추구하며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최대 후원국입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북부 진입 경로를 열어줌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5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실무 방문하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연합국가 최고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크렘린궁은 밝혔습니다.

양 측은 이 회의에서 공동 안보 전략 개발 등을 논의한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 미국과 나토·서방 결집

4일 핀란드의 합류로 31개국 체제로 확대된 나토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황. 파란색 영역이 30개 기존 회원국. 붉은 글자로 쓴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규 가입에 관한 기존 회원국들의 의회 비준 절차가 최근 진행됐다. 핀란드는 이 과정을 마치고 4일 공식 회원국이 됐으나,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가 남아 있다. 노란색 영역은 그 밖에 가입을 희망한 나라들.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949년 워싱턴 D.C.에서 12개국이 '북대서양조약'에 서명하면서 출범했고, 이날(4일)로 74주년을 맞았습니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해 2월부터 진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결집했습니다.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진행된 것입니다.

다른 주요 서방국가들도 나토와 보조를 맞췄습니다.

현대 역사에서 꾸준히 중립노선을 지켜온 핀란드는 결국 나토에 합류했고, 역시 중립국가였던 스웨덴도 가입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이들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변하자, 중립과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하고 지난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기존 30개 나토 회원국들이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하는 의정서에 서명한 뒤, 각 회원국 의회 비준 절차를 밟았습니다.

핀란드의 경우 최근 이 절차를 완료했으나,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 스웨덴 7월까지 절차 완료 희망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은 언제 나토에 합류할지 미지수입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 모두 아직 의회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동의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유예 중입니다.

튀르키예의 경우, 테러단체로 규정한 국내외 쿠르드족 단체와 쿠르드인들이 2016년 튀르키예 불발 쿠데타의 주역이라며 처벌을 요구하는데도, 스웨덴은 이들에게 관대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에 따라, 스웨덴을 '테러 용인국'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반무슬림 시위대가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운 사건 때문에 튀르키예 정부가 더욱 반발하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경우, 최근 스웨덴 정치인 일부가 헝가리의 법치와 민주주의가 쇠퇴했다고 비판한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에 관해, 반테러법을 강화하기 위한 헌법 일부 개정까지 최근 끝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서방 군수 지원 710억 달러

한편,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나토 등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등 군수 지원 규모가 약 650억 유로(미화 약 7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3일 별도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히려 더 많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전쟁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다만 이전과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가 미래의 침공을 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유럽 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계속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탱크와 장갑 차량 등을 인도하고 있는데 관해, "전선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영토를 탈환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한편, 테러와 러시아·중국·이란의 영향력 증가 등을 위협 요인으로 평가하면서,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미, 26억 달러 규모 추가 원조

이런 가운데, 4일 미국 정부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의회 승인 없이 미국이 보유 중인 여분의 무기를 양도할 수 있는 'PDA(Presidential Drawdown Authority)' 방식으로 5억 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이니셔티브(USAI)'를 통해 21억 달러 규모 무기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PDA와 USAI를 합하면 추가 지원 규모는 총액 26억 달러가 됩니다.

이를 포함해, 러시아의 침공에 관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는 지금까지 351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추가)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명분없고 정의롭지 못한 않은 전쟁에서 스스로 용감하게 계속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