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거리급 이상 미사일 동해상 발사...고체연료 ICBM 가능성

13일 한국 서울 시내 철도역 이용객이 북한 미사일 발사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동해쪽으로 발사했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고체연료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7시 23분께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고체연료 ICBM 가능성"

이 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약 1천km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고,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입니다.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3천km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상각도인 30~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5천km 정도로 추정됩니다.

통상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은 정상 각도 발사 시 비행거리가 1만km이상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쏜 ICBM ‘화성-17형’은 정점 고도 6천km 이상 올라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추력을 조절해 상승고도를 낮추고 비행거리를 단축시킨 ICBM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특히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미사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발사 시 화염의 모양이나 항적 형태, 고도, 사거리 등 제원을 분석하면서 이 같은 추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합참은 “현재까지 분석한 내용으로는 새로운 체계의 I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열병식 때 공개했던 여러 무기체계 중 하나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첫 고체연료 기반의 ICBM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의 미사일 개발의 패턴을 보면 점점 고도를 높여가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이게 중거리급의 탄도 미사일일 수도 있는데 신형 고체 ICBM의 1차 시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그러면 2차 시험엔 좀 더 고도를 높이는 그런 시험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연료 주입 활동을 은밀하게 할 수 있고 연료 주입 시간도 짧습니다.

그만큼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가 맞다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겁니다.

이번 미사일은 또 비행 중 하단 추진체 부분과 상단부가 분리되는 단 분리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이 정찰위성 관련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쏜 뒤 미사일이 ‘위성 시험품’이었다고 주장하며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군 당국은 이 때문에 이번 발사가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시험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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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군 정찰위성 정식 발사를 앞둔 준비 차원의 시험 발사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아직 군사용 정찰위성을 발사할 준비가 덜 됐다면 준비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그러면 결국 이것으로 군사용 정찰위성 시험을 갈음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것에 이어서 군사용 정찰위성을 쏠 수 있고 두 가지 차원입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임을 지적하고, 2월과 3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바탕으로 미한, 미한일 정보공유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 정부,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 조치 마무리... "미한일 군사정보 협력 강화 발판 마련"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17일 만이고 올해 들어 9번째입니다.

중거리급 이상 발사는 지난달 16일 ICBM ‘화성-17형’ 발사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특히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111주년을 이틀 앞둔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돼 공식 집권을 이룬 지 11년째 되는 날에 이뤄졌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미한 연합 군사훈련과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등 자신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하면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전략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 내부적으로도 중요한 정치 기념, 김정은 추대라든지 김일성 생일이라든지 특히 북한 내부가 어려우니까 이런 계기로 김정은의 업적을 과시하고 김정은 중심으로 결속시키려고 하는, 충성을 유도하려는 그런 정치적 의도도 다분히 들어있죠.”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전쟁 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한국 내 주요 목표물을 적시한 ‘작전지도’를 세워두고 손가락으로 수도권과 평택 주한미군 기지 등을 가리키며 지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미한 대규모 연합훈련이 일단락됐는데도 북한이 신형 전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미한의 대북 군사공조 강화에 대응해 신형 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무력 과시를 지속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센터장] “내부 경제적 어려움이 큰데도 불구하고 이걸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 입장에선 전략적 중점이 안보에 와 있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개발해 온 다양한 미사일들 이런 수단들을 개발하는 순간 시험발사를 통해서 능력을 과시하고, 내가 이런 게 있으니까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강력한 대외 메시지를 자꾸 내보내고 있는 거거든요.”

북한은 또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 남북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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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연락채널을 모두 끊은 채 도발을 통해 본격적인 ‘강 대 강’ 구도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