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는 양상입니다.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우주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국제인간우주비행의 날’을 맞아 북한의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기사에서 “우주조약을 비롯한 국제우주법의 기본원칙들은 우주가 인류공동의 재부이며 모든 주권국가는 합법적인 우주개발과 이용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세계적인 우주강국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주권 국가의 권리로 규정한 우주조약의 정신에 맞게 전 국가적 관심 속에 우주개발사업이 활발히 진척되고 있다”며 “이미 설계로부터 제작과 조립 모두 100% 국산화된 시험위성들과 실용위성들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인간우주비행의 날’은 1961년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첫 유인 우주비행 성공을 기념해 제정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의 이 기사는 북한이 최근 잇달아 신형 무기를 공개하며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우주개발 권리를 내세워 군 정찰위성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서기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며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했고 ‘정찰위성 시험품’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내 한강 교량과 인천항만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의 정찰위성이나 우주로켓 같은 것들이 순수하게 평화적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어서 이것을 발사하기 위한 당위성을 주장하는 선전 일환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이미 4월 중 군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만큼 이달 중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특히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인 15일과 25일 사이에 군 정찰위성 발사가 유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이미 김정은 위원장 본인의 입으로 발사계획을 예고했기 때문에 이것 자체를 번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본적으로 4월 발사를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고했기 때문에 아마 여기에 맞춰서 준비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여지고 계획에 따라서 일단 1차적인 본격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반면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2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국가안보전략’ 4월호 기고문에서 “북한이 ‘4월 중 1호기 준비 완료’를 공언했지만 백두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위성발사체 개발이 완료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장 교수는 또 “지난해 12월 수행한 정찰위성의 시험항목과 방법, 촬영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위성개발 기술수준은 아직도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특히 지난 2012년과 2016년 발사한 광명성 3호와 4호 위성에 비해서도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이 우주 개발권리를 주장하는 데 대해 “북한의 경우 위성발사 권리보다 이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정이 국제법적으로 우선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아무런 설명 없이 엿새째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평소 공동연락사무소 채널로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해 왔고 군 당국은 군 통신선으로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4시 마감통화를 진행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1일 성명을 통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훈련 등에 핵 위협과 미사일 발사로 반발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대적행동을 공언한 북한으로선 남북 통신선 불응을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지금의 정세가 아주 안보적으로 심각하고 그것은 미 제국주의자와 그를 추종하는 남조선 괴뢰도당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이미 큰 틀에서 성격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작은 차원에서 통신선 차단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할 가치가 없는 거죠.”
한국 정부는 이번 남북 통신선 두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의 이 같은 행태가 또 하나의 긴장 고조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이고 공세적으로 확대 운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남북 연락 채널이 두절되면서 우발적 충돌로 가장한 북한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북한의 도발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실제 도발인지 혹은 실수인지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게 그나마 통신선을 통해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데 북한 입장에선 통신선을 차단함으로써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그래서 대한민국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정책적 방향성을 혼란시킬 수 있는 것이죠.”
한국 군 당국은 태양절 등 북한 기념일이 연이어 있고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도 잡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도발 계기로 삼을 가능성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