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반격 준비, 전쟁 승리 가까워질 것"...드니프로강 동쪽 진지 구축·현대식 탱크 등 무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4개월을 맞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알아라비야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1년 전보다 강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현재 전황에 관해 "상황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싸우고 있다"면서, 작은 진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하루 하루의 진전을 통해 우리가 전쟁의 승리에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드니프로강 동쪽 진지 구축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준비 태세가 속속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 주요 보급로인 크름반도(크림반도) 연결 요충지, 헤르손 주 남부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23일) 공개한 '러시아의 공격전 평가'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일부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주의 드니프로강 동쪽에 진지를 구축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입니다.

ISW는 러시아군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헤르손 주도인 헤르손 시에서 남동쪽 7km 지점에 있는 올렉시키와 헤르손 시에서 10km 떨어진 다치까지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 하구 삼각주의 동쪽 지류 주변에 대한 통제력도 상실한 것으로 ISW는 이번 보고서에서 추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전쟁 초기에 러시아군에게 헤르손 주 전체를 빼았겼으나, 같은해 여름부터 반격을 벌여 11월 중순까지 드니프로강 서·북쪽 지역을 수복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남부 고속 진격 "200㎢ 탈환"...크름반도 HIMARS 타격 사정권 진입

그 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을 경계로 맞서왔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강을 넘은 것이 확인될 경우, 대반격이 임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나선다면 러시아와 크름반도를 잇는 지역을 돌파해야 하고 이 경우 드니프로강 도하는 필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 서방 지원 탱크 등 속속 도착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미국과 주요 동맹 등이 제공한 탱크와 장갑차 등 무기들이 속속 우크라이나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달 새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기갑 장비가 탱크 230대, 장갑차 1천550대에 달한다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21일 발표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9개 기갑 여단 구성 '대반격' 태세...미국 등 동맹, 탱크 230대·장갑차 1천550대 제공

오스틴 장관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크라이나군에 9개 기갑여단을 구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군 주력 탱크 에이브럼스 M1A1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독일에 도착할 것"이라고 오스틴 장관은 말했습니다.

에이브럼스 M1A1이 독일에 들어가는 시기는 다음달 중순, 늦어도 다음달 말이 될 것이라고 미 당국자가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그 뒤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독일에 불러 훈련시킵니다.

우크라이나군 250명이 독일 그라펜뵈르 훈련장에서 10주간 에이브럼스 M1A1 운용·적응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미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일산 현대식 탱크 레오파르트2와 미그(MiG)-29 전투기 등이 최근 속속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독일 레오파르트2 탱크 18대 우크라이나 도착...벨라루스 "러시아 핵무기 우리 영토 배치는 미국·나토 때문"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23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레오파르트2 탱크 6대가 산탄데르 항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로블레스장관은 레오파르트2 탱크가 대형 수송차량 20대와 함께 항구를 출발했으며 배로 우크라이나까지 가는 데 5~6일 걸릴 전망이라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 '준비 부족' 관측 불식

이번 ISW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공언해온 대반격이 준비 부족 등으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발표됐습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조만간 우리는 크이우(우크라이나 수도), 하르키우(제2 도시), 바라클리아와 쿠피안스크에서 그랬듯이 대대적으로 반격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바흐무트 대반격 예고 "러시아군 지친 상태...크이우 지켰듯 기회 잡겠다"

하지만 그 뒤로 한달 동안 이렇다할 반격 작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와 채팅방 등 온라인 공간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 중에는 미 당국이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달 초 "대반격이 늦어도 여름까지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 파트너들에게 더 많은 군사 장비를 요청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23일 ISW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드니프로 삼각주에서 벌이는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상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현지 매체들에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 점령지 행정부 수반은 러시아군이 여전히 주요 거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