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0일 우크라이나를 사전 공지 없이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분명히 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자리는 유로-대서양 가족이자 나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가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언제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을지 알고싶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을 러시아가 점령지 네 곳을 병합한 직후 나토 신속 가입을 공식 신청했습니다.
이날(20일) 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국민과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지금이 적절한 결정을 내릴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동맹에 초대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현 시점에서 나토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군 장병 수만 명을 훈련하고 군사 지원에 650억 유로(미화 약 713억 달러)를 제공했다면서, 앞으로도 변함없는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승리를 위해 나토 회원국들이 무기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스톨텐베르그 총장과의 회동에서 "장거리 무기와 현대식 전투기, 포병장비, 장갑차 등의 지원에 대한 파트너들의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처음입니다.
■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저지"
러시아는 즉각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행보에 반발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는 여전히 특별군사작전의 목표 중 하나"라며 위협했습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몸집 키우는 미국 주도 안보 동맹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동맹인 나토는 캐나다 등과 유럽 국가 중심 30개국 체제로 운영돼 오다, 지난 4일 핀란드의 공식 합류로 31개 회원국을 가진 모임으로 확대됐습니다.
현대 역사에서 꾸준히 중립을 지켜왔던 핀란드는 노선을 바꿔 나토에 합류했고, 역시 중립국가였던 스웨덴도 가입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이들 두 나라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변하자,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하고 같은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기존 30개 나토 회원국들이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하는 의정서에 서명한 뒤, 각 회원국 의회 비준 절차를 밟았습니다.
핀란드의 경우 이 절차를 완료했으나,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계속 반대하면 스웨덴은 합류할 수 없습니다.
튀르키예의 경우, 테러단체로 규정한 국내외 쿠르드족 단체와 쿠르드인들이 2016년 튀르키예 불발 쿠데타의 주역이라며 처벌을 요구하는데도, 스웨덴은 이들에게 관대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에 따라, 스웨덴을 '테러 용인국'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반무슬림 시위대가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운 사건 때문에 튀르키예 정부가 더욱 반발하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경우, 최근 스웨덴 정치인 일부가 헝가리의 법치와 민주주의가 쇠퇴했다고 비판한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튀르키예, 헝가리 당국은 최근 관련 사안들을 놓고 공식·비공식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 미 국방 "7월 이전 32번째 회원국 기대"
이와 관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오는 7월 이전에 스웨덴의 나토 합류를 기대한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스웨덴을 방문한 오스틴 장관은 이날 팔 존슨 스웨덴 국방장관과 무스코 해군기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곧 스웨덴을 32번째로 (나토에) 환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