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 정상회의가 다음달 ‘캠프데이비드’ 미 대통령 별장에서 열립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미한일 안보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20일 언론 공지에서 “미한일 3국 정상회의를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3국 간 조율을 거쳐 빠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의는 다음달 18일 미 워싱턴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한일 정상을 만나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뤄지는 겁니다.
미한일 정상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별도의 3자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 나라 정상은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 등의 대응에서 협력 강화 기조를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발사 등 각종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3국 간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메커니즘’의 조속한 가동을 위한 준비 상황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이번 3국 정상회의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은 담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 불가와 핵무기로 적을 제압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해 미한일 결속을 통한 압도적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동북아의 현상을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로부터 여러 가지 방어기제를 만드는 건데, 거기에 보면 미사일 방어 협력이라든지 북한 잠수함에 대한 협력이라든지 국제정치적 협력이라든지 하는 게 이를테면 한국 따로 미국 따로 일본 따로 하는 것 보다는 한미일이 정치적으로 결속돼 있다는 것을 북한에 과시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미중 패권경쟁과 서방과 권위주의 진영 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번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연대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세 정상이 이번 회의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보다 긴밀한 공동 대응 차원에서 3국 간 안보 협력의 제도화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미한은 최근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를 출범시켰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 차원에서 미한일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한 NCG 출범 회의..."북한 핵 공격 땐 정권 종말"[녹취: 양욱 박사] “한미일 3국이 기본적으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특히 안보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좀 더 본격적인 것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전망해 봅니다.”
미한일 세 나라는 지난 1월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5월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과 히로시마 G7 미한일 정상회담, 그리고 이번 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까지 양자와 다자 외교무대 등에서 긴밀한 협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이번 미한일 정상회의는 이런 일련의 3국 안보 공고화 노력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세 나라는 그동안 논의를 거쳐 워싱턴 백악관에서 100km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 산속 캠프 데이비드를 정상회의 장소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국 정상은 정상회의와 기자회견 외에 다른 일정도 함께하며 개인적 친분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입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사실상 한미일 간에 해야 될 말들은 거의 다 끝났잖아요. 그래서 이번 같은 경우는 스킨십 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간에 좀 더 협력을 돈독히 한다, 별장이잖아요, 그러니까 좀 마음 편안하게,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자 그런 차원에서 일부러 그쪽을 택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이래 역대 미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습니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 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 2012년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등 세계 역사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