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하늘길 3년 7개월만에 열려...한국 “제한적 개방, 동향 주시”

22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을 이룩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착륙했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처음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북한이 국경 전면 개방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는 ‘제한적 국경 개방’으로 평가하면서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고려항공 JS151 여객기는 22일 오전 8시3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해 9시17분쯤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착륙했습니다.

북한 여객기의 해외운항이 확인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 당국이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한 지 3년7개월만입니다.

북한은 국경 봉쇄 당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중국을 포함해 해외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이번에 베이징으로 간 여객기의 최대 탑승인원은 150명으로 22일 오후 1시 36분께 북한 주민들을 태우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실제 탑승객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서 발이 묶였던 대사관 직원들과 유학생 등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북중 간에는 지난해 화물열차, 올해 초 화물트럭의 운행이 재개되는 등 국경 재개방 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혜산과 무산, 회령 등 북한의 중국과의 국경 세관들이 통관서류를 접수하고 있고 화물트럭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국경을 넘나들지만 인적 접촉은 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은 국경 세관 옆에 항상 수출물자를 부려놓는 장소가 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거기에 방역시설도 갖춰놓고 방역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예를 들면 하루에 원래 정상 움직임이 50대나 100대다 이랬는데 실제로는 두세대씩 움직인다든지 야간에 몰래 대여섯대씩 쌀 같은 필요한 것들 조금씩은 움직인다고 해요.”

북한은 최근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자국 선수단을 버스 2대에 나눠 태워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를 통해 중국으로 들여보낸 뒤 베이징을 경유, 서우두공항에서 비행기로 카자흐스탄으로 보낸 바 있습니다.

중국은 또 고려항공의 평양과 베이징 노선 주 3회 운항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민항 당국은 23일 고려항공에 대해 3월 26일~10월 28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 평양-베이징 노선 운영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은 계절별로 정기 항공노선 운항 신청을 결정하는데 “고려항공과 함께 평양-베이징 항공편을 운영했던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는 아직 북중 노선 재개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와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 18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오는 25일과 28일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의 운항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들 여객기나 이번에 베이징을 다녀 온 고려항공 여객기는 해외에 남아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임시 편성된 특별기라는 관측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여객기 운항이 북한의 국경 전면 개방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한국 통일부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보고에서 북한의 동향을 ‘제한적 국경 개방’으로 평가하면서 전면 개방 동향과 국제기구 직원의 북한 복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21일자 ‘노동신문’에 전 세계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급속한 확산세를 다룬 기사가 크게 실렸다며, 북한이 전면 개방에는 아직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전면 개방을 하려고 했다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선수들을 고려항공으로 옮겼겠죠. 아니면 베이징 평양 간 여객열차로 이동을 했던지. 그러면 한 번에 가는데 여러 번 갈아탔잖아요. 이제 열기는 했는데 전면 개방은 미루는 것 같고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개방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같고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신종 코로나 상황 외에도 북한이 외부 문화 유입을 강력 차단하는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전면 개방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사상과 문화를 차단하고 배격하는 데 주력해 왔고, 이런 노선의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아직은 북한 당국이 여전히 주민들을 통제하고 특히 사상 문화 유입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여져서 당분간 국경의 전면 개방은 어렵고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인적 교류, 관광 개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선택적이고 전략적으로 국경 개방과 대외 교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한 북중, 북러 무역 확대를 겨냥, 국경 개방을 부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통일부는 국회 외통위 보고에서 북한이 최근 식량 상황을 안정화시키고자 노심초사하고 있고 북중 교역은 신종 코로나 이전의 85%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최근 가발 등 위탁가공 수출의 성장이 둔화하며 회복세가 답보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로 빚어진 고립 심화를 탈피하고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외교활동 차원에서도 개방과 교류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이 빠르게 강화되고 이해관계 조율이 덜 된 북중 관계가 이를 뒤따르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중국보다 인적 교류를 포함, 전반적인 교류 재개에 더 적극적인 상황이지만 중국도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맞서 북한과의 관계 수준을 더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러가 또 너무 많이 앞서가는데 대한 견제도 필요한 것이고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북중 카드도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여러가지 고려하고 그런데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해선 좀 더 북중 간 교류 협력 수준이 높아질 거라고 보여요.”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북중 간 인적 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 국경 개방 이후 재개될 모든 종류의 인적, 물적 교류 과정에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규범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