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러 정상회담 1시간 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13일 한국 서울 철도역 내부 TV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상에 발사했습니다. 북러 협력에 대한 미한 등 국제사회의 경고에 대한 반발 차원의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11시 43분경부터 11시 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 발사

이번 미사일 도발은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1시간여 전에 이뤄졌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65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미한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의 세부 제원을 정밀분석 중입니다.

일본 정부는 첫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350㎞에 최고 고도 약 50㎞,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650㎞에 최고 고도 약 50㎞로 한국 합참과 다른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또 두 번째 발사된 미사일은 변칙궤도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 두 발이 모두 일본의 배타경제수역, EEZ 바깥쪽 동해로 낙하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일본 정부의 분석 결과가 맞다면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이고 사거리가 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이 최고지도자가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도발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군비태세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양 박사는 특히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협력을 본격화하려는 데 대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연이은 경고에 대한 반발성 도발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국내에 부재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기존 타격능력이 가동될 수 있다 즉, 핵 전쟁 혹은 미사일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게 하나이고 다른 한편으론 북러 협력에 대해 대한민국 등 국가가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 항의하고 특히 자신들은 예정대로 북러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그런 메시지도 간접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지난 11일 푸틴 대통령이 “국제적인 왕따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가로질러 여행할 수밖에 없는 것을 ‘지원에 대한 구걸’이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국가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3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이후 14일 만입니다.

또 지난 2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이후로는 11일 만의 도발입니다.

다만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은 아닙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미한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활동과 징후를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