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세계 사정권' 미사일 성공 선언 "핵실험 금지조약 비준 철회 가능...우린 전쟁 끝내려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소치에서 진행된 '발다이 토론클럽' 연례 행사 마지막 날 일정에서 기조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가 저공 비행 가능한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 선언했습니다. 아울러, 1990년 이후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연례 행사 마지막 날 일정에서 사거리가 이론적으로 무제한인 저공 비행 가능 미사일 '부레베스트닉'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맛'도 거의 완성됐다고 말했습니다.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은 핵추진을 통해 사거리를 대폭 늘린 미사일이며 핵무기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개념상으로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2만km를 넘어 지구 전체를 타격권에 둔 것으로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들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행 고도를 50~100m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해 어떤 방공망도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설계 개념이 모두 구현된다면, 방공망의 추적을 피하면서 세계 어디에든 발사하는 게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국정연설에서 이 미사일을 처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방에서는 그동안 이 미사일에 쓰이는 핵엔진이 아주 불안정하다는 걸 지적하면서 미사일의 완성 및 실전 배치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지난 2019년 미국 싱크탱크 '핵위협 이니시어티브(NTI)'는 이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는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극 미사일 기지에서 부레베스트닉 미사일 시험을 준비 중이거나, 최근 실시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핵실험 금지조약 비준 철회 가능"

이날(5일) 푸틴 대통령은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국내에서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안다며 "이 문제는 국가두마(하원)의 대표들에게 달린 문제이며 이론적으로는 핵실험 금지 조약 비준을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 다음 날(6일) 바쳬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 의장은 CTBT 비준 철회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5일, 핵무기 사용 조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핵무기 사용 원칙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지금 러시아 국가의 존재를 위협하는 상황은 없으며, 건전한 정신과 명료한 기억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도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걸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0년 6월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 파괴 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를 공격하는 용도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시설이 공격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공격을 당해 존립 위험에 직면한 경우 등입니다.

핵무기 사용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 탓'

이날(5일)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끝내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식민주의적 사고로 세계를 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2014년 쿠데타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끝에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됐습니다. 이 사건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부릅니다.

이날(5일)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빼앗을 필요는 없다면서 "이번 분쟁은 제국주의나 영토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서방이 지나치게 오만하다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었으나 서방이 무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은 항상 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기 때문에 러시아가 항상 반대해왔지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전쟁 종료 시점 답변 피해

이날(5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월초 러시아군을 상대로 '대반격'에 나선 이후 병력 9만명 이상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영토가 아닌 우리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전쟁을 최소한 2025년까지 이어갈 방침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2025년까지 전쟁 계속' 예고..."목표 달성 가능" 우크라이나군 패퇴 주장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