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참 “북한의 하마스식 기습공격 가능성 대비”…정부·여당 “9.19 합의 효력 정지 검토 필요”

신원식(가운데 왼쪽) 한국 국방부 장관이 1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수행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 페이스북)

한국 군 당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방식과 유사한 북한의 대남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와 집권여당은 전방에서의 북한의 기습공격에 조기 대응하기 위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같은 전술을 활용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교훈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보고하면서 “하마스가 기습작전을 통해 로켓포 수천 발과 고속상륙정 등을 활용한 육·해·공 침투로 최소 21개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며 “하마스의 기습은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특히 “짧은 시간 내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기습공격 예측에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신철 본부장] “하마스의 동시다발적 대규모 로켓포 발사로 아이언돔의 취약점이 노출됐고 국경 일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이런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보유한 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 340문을 최대한 가동해 한국을 향해 한 시간에 1만6천여 발을 쏟아부을 경우 2026년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가 배치되더라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수행본부를 방문해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는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점검했습니다.

신 장관은 방문 현장에서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북한이 도발하면 수 시간 내 적 장사정 포병 능력을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도록 작전수행체계를 발전시키고 전력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신 장관은 “적이 도발할 경우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신 장관은 그러면서 9.19 남북군사합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습니다.

신 장관은 “9.19 군사합의로 인해 대북 우위의 감시정찰 능력이 크게 제한됐고, 이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자위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잘못된 9.19 합의 중에서 시급히 복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 최단 시간 내에 효력정지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그리고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9.19 합의로 한국의 우월한 공중정찰 자산이 무력화됐다며 전방에서의 북한의 기습공격을 사전에 포착하기 위해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열수 안보전략실장] “북한이 170mm나 240mm 자주포나 방사포 움직임을 우리가 무엇으로 찾아낼 수 있느냐 결국 찾아내려고 하면 그나마 북한에 대해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정보자산들, 무인기를 포함해서 이런 것들이 정상적 활동을 해야 그나마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 폐지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합의의 정신을 많이 어겼다며, 한국만 지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9.19 남북군사합의는 우리의 정찰자산이라든지 운용을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여부는 접경 지역 충돌뿐만 아니라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상황까지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국감 자리에서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대한 감시정찰 자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기습공격을 막았을 것”이라며 “지금 9.19 합의로는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9.19 합의 이후 접경지역의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위험이 감소했다”며 “9.19 합의는 남북의 우발적 오판에 의한 충돌을 막는 방화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명백한 중대 도발이 없는 가운데 한국이 지속해서 9.19 합의 폐기를 언급하면 북한에 도발의 명분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또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이 미국의 안보 역량이 한반도로부터 분산될 것을 노리고 국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미국의 역량이 분산됨으로써 북한이 이를 오판하고 도발 수위를 높인다든지 한반도에서 그런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한미 또 한미일이 철저한 대비를 해야 될 때라고 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이스라엘이 기습공격에 당한 것은 국방과 정보 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혼란스런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며 한국 정치권도 갈등에 매몰되거나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에 방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하마스가 이스라엘 보복 공격 등 군사작전에 대해서 계속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제에 굉장히 신경 쓰는 듯한 외양을 보이면서 결국 이스라엘이 안심하고 어떤 위협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바라보지 않았던 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느냐.”

국방부는 10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내부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기 위해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 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