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확고” vs “북핵 고도화 대응 수단 없어”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USS 켄터키함이 지난 7월 부산에 입항했다.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미국과 한국 싱크탱크의 공동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하다는 건데요, 하지만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31일 VOA에 “오늘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United States' extended deterrent commitment to the Republic of Korea has never been stronger or clearer than it is today.”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며 “미국이나 동맹국 또는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취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놀라운 언급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며, 다른 미국 고위 관리들도 이 같은 단호한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회담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전략적 명확성’의 놀라운 예가 아니라면 (전략적 명확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President Biden made it starkly clear in his remarks to the press that accompanied the issuance of the Washington Declaration, saying that ‘a nuclear attack by North Korea against the United States or its allies or partners is unacceptable and will result in the end of whatever regime, were it to take such an action.’ That remarkable statement was a first for a U.S. president, and the bluntness of the commitment has been repeated by other senior U.S. officials. If President Biden's statement is not a remarkable example of ‘strategic clarity’, I don't know what is.”

앞서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배치 등 단계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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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한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핵 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부족하며, 북한에 대한 억제와 한국에 대한 보장을 위해서는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이 요구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확인하며 미한 간 확장억제 확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한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계획을 논의하고,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더 자주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미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에 기항했습니다. SSBN 방한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방한 이후 42년 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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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 3축으로 꼽히는 최강 병기입니다. 핵탄두가 달린 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적의 턱밑까지 다가가도 눈치챌 수 없다는 ‘은밀성’ 때문에 미국 핵전력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으로 잠수함 전략을 연구하는 샘 탕그레디 교수는 31일 VOA에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며 “최근 SSBN의 기항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SSBN은 스코틀랜드 홀리 로크 같은 일상적인 군수 지원을 받는 지정된 장소 외에는 기항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탕그레디 교수는 이어 “미 해군을 아는 사람들은 이를 매우 강력한 지원의 표시로 인식한다”며 “안타깝게도 그 지원의 중요성은 일반 대중이 놓칠 수 있지만, 북한 지도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는 억지력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탕그레디 교수]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great strides in reinsuring the ROK that U.S. support is strong. The recent port visit of a 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 (SSBN) is nearly unprecedented. SSBNs do not normally make port visits anywhere outside of designated locations where the receive routine logistics support (like Holy Loch, Scotland). Those who know the U.S. Navy recognize that as a very strong statement of support. Unfortunately, the significance of that support may be missed by the public. However, I'm sure the North Korean leadership recognizes it. So, it is part of deterrence.”

탕그레디 교수는 최근 미한 양국 공군의 연합 훈련도 상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한일, 한반도 인근서 첫 연합공중훈련…핵무장 가능 B-52 참가

지난 22일 미한일 3국 공군은 처음으로 3국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3군 공군이 함께 공중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훈련에는 핵무장이 가능한 미국 B-52H 폭격기도 참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특히 워싱턴 선언을 통해 빈틈없는 억지력 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미국의 핵우산은 어떤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Well, I think that the the US has gone to great lengths, especially through the Washington Declaration, to demonstrate that there's a seamless web of deterrence. And that the US nuclear umbrella is unaffected by any other developments. So I think the US has, you know, done a great deal to reassure Seoul as to its intentions and that the US has its back.”

신킨 선임연구원은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한 4단계 순차적 절차에 대해 “그런 절차들이 대부분의 경우 필요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혹은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자는 제안은 미국의 작전 유연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that the steps that they recommend are necessary or even desirable for the most part. For example, the idea of dedicating all or part of the nuclear weapons on a US ballistic missile submarine operating the Pacific, targeting North Korea, that’s one of their recommendations. Well, I think that the United States ideally should maintain operational flexibility.”

이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유용하지만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명시하는 것이 꼭 유용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는 표적이 되고,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 무기를 철수한 것은 정당한 군사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앞에 미한 양국 국기가 세워져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SSBN처럼 탐지나 타격이 매우 어려운 운반 플랫폼에서 굳이 핵을 꺼내 고정된 벙커 등 저장시설에 넣는 것은 북한 선제 타격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타격이 어려운 플랫폼에 그대로 두는 게 훨씬 낫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핵무기의 위치를 모르고 타격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보다 운반 플랫폼에 두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신킨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북한의 군사적, 정치적 구조를 완전히 파괴할) 능력이 있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많이 배치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So you know my point is again that we do have the capabilities, and if we want to do more, there's ways of doing it without lining up a lot of sitting ducks in the form of tactical nuclear weapons in the Republic of Korea.”

탕그레디 교수는 “랜드연구소의 제안에 동의하지만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를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게 일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SSBN의 목표가 실제로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북한은 통상 목표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탕그레디 교수] “I would agree with the RAND proposals, but I believe (b) is routine. No one unauthorized knows for sure what the target set for a U.S. SSBN actually is. But I suspect—based on logic alone—that North Korea is routinely included as a target.”

앞서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북한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기반 중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핵무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4단계 조치 등이 북한의 핵무기 및 핵심 핵물질 생산 동결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그러한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5~20년 내에 200~300개 이상의 대규모 핵무력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보고서 주 저자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 4단계 조치가 미한 양국의 자의적 조치가 아니라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한국 국민과 중국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I do not expect North Korea to freeze its nuclear weapon production. But I think we need to make it clear to the ROK people and to China that these four steps are not arbitrary ROK/U.S. actions, but instead forced by North Korean threat growth.”

이어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동결하지 않으면 미한 양국은 4단계 조치를 취하고, 향후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드는데도 미한 양국이 이 4단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 개발은 미한 양국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런 조치들은 이 같은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