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흘 만에 또 다시 서해상으로 수발의 순항미사일을 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함 조선소를 방문해 전쟁 준비를 위한 해군 무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일 “오전 11시께 북한 측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으며,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이어 “군은 감시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사흘 만이고 올들어 4번째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평양 인근에서 서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 여러 발을 발사했고,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불화살-3-31 2발을, 그리고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서해상으로 기존의 ‘화살-2형’을 발사했습니다.
군 당국은 평양 인근 내륙 또는 남포 인근 해상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탐지자산이 포착한 비행시간은 몇십 분 정도에 그쳤고 사거리도 1천500∼2천㎞로 추정됐던 지난달 30일 화살-2형 발사 때보다 짧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 당국은 정밀 표적 타격 훈련 등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화살-1또는 2형이나 불화살-3-31형 등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열흘 새 4번이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배경에 대해 “정밀타격 연습을 통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계열의 미사일 발사 간격이 이례적으로 촘촘하다며 해당 무기 완성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특정 전략순항미사일의 완성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굉장히 실험의 집중력이 상당히 모아지고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 기존의 어떤 정세나 한미에 대한 일종의 시위성 행동으로 정세를 고려한 발사 개념보다는 실험에 집중하는 양상으로 굉장히 압축적으로 뭔가 지금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양상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의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에 집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지원하면서 생긴 재고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서 지금 최대한 위기를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특히 단거리 탄도미사일 재고가 충분치 않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순항미사일을 통한 위기 고조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군함 건조 실태를 살펴봤다고 2일 보도했습니다.
남포는 평양과 가까운 항구 도시로,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포조선소 시찰 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조선소 방문시점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미사일 발사보다 앞선 날짜에 이뤄졌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조선소 방문을 계기로 해군 전력 강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남포조선소에서 “오늘날 나라의 해상 주권을 굳건히 보위하고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 데서 해군 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결정했던 각종 함선의 건조 실태와 새로운 방대한 계획 사업의 준비정형을 상세히 보고받고 “계획된 선박 건조 사업들을 5개년 계획기간 안에 무조건 집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서해와 접한 남포조선소는 과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에 쓰는 바지선을 건조하는 활동이 식별된 장소입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 당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과 5대 과업을 발표하며 선박 관련 과제로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꼽은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8차 당 대회 관련 내용을 언급한 점으로 미뤄 그동안 북한의 잠수함 활동 근거지로 지목된 동해의 신포뿐 아니라 남포에서도 핵잠수함 관련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해군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 9차 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대남 투쟁 방향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과 연계된 행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자신들의 대사변을 준비하고 무력 준비가 되기 위해선 해군력이 분명히 필요한 거죠. 왜냐하면 전쟁이 발발하면 미 증원군이 들어오고 다 해상으로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 통제할 건지 그렇기 때문에 해군력이 강화되는 게 김정은의 전환된 노선에 따르는 부분이 있는 거죠.”
김 위원장은 9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적들의 무모한 북침 도발 책동으로 조선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의 전 령토를 평정하려는 우리 군대의 강력한 군사행동, 대사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남포조선소를 찾아 ‘전쟁 준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한국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이동풍식의 행보를 보이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채 또다시 전쟁을 운운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각종 군함 건조의 ‘무조건 집행’을 지시한 것은 민생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내놓은 민생 개선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경제난 속에서 국방력 쪽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강요하고 남포조선소 가서도 함선 공업 강요하고 이건 상호 모순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현 시기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대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